금융 금융일반

실적만 좇던 은행들.. 창조·혁신으로 ‘장기 플랜’ 세운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09 17:18

수정 2014.10.28 13:25

"과거 실적 경쟁으로 지점 간에 줄을 세우고 해당 지점의 영업실적에 따라 사내 지점장을 평가하던 시스템 자체가 문제였던 거죠. 어느 은행 할 것 없이 단기이익에만 급급해하다보니 결국 수익 참패라는 결과표를 받아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은행들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창조·혁신'을 통해 직원 간 소통의 벽을 허물고 장기 플랜을 세우도록 유도하고 있죠." (한 시중은행 고위급 관계자)

실적 쌓기에 급급해했던 은행들이 최근 들어 '창조·혁신'을 기본 골조로 하는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관련 콘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자체 조직 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은행의 주된 수익원이었던 예대마진이 장기간에 걸친 저금리로 인해 수익성이 많이 악화된 것은 물론 개인정보 유출 및 각종 비리혐의 등까지 불거지면서 은행 자체를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해 8월 은행장과 직원들이 서로 격의없이 토론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mc3(엠씨큐브드) 위원회'를 신설해 운영 중인 데 이어 최근에는 '창조와 혁신 콘퍼런스'를 개최해 중간 계층의 젊은 직원들과 경영진이 소통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했다.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당시 콘퍼런스 행사를 통해 "전통적인 조직에서 변화와 혁신은 위에서 아래로 또는 아래에서 위로 변화하는 방식이었지만 최근 중간 계층에서 변화를 시작해서 위아래로 퍼져나가게 하는 '미들 아웃' 방식의 혁신 모델이 주목 받고 있다"며 "허리에 해당하는 오피니언 그룹이 변화를 적극 추진해야만 혁신에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 행장은 입행 2년차 이상의 행원 및 대리, 4급 책임자(차·과장)등 일반 직원들과 함꼐 창조와 혁신을 위한 연간 활동계획을 수립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분위기를 주도했다.

하나은행도 '하나 크리노베이션 프로그램(Hana Crenovation Program)'을 통해 직원들이 직접 제안하는 혁신안을 경영진이 직접 듣고 평가하는 자리를 마련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제시하는 다양한 혁신 아이디어를 수용해 즉시 실행하겠다는 김정태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그룹 김정태 회장은 "시장과 상품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이때 창조와 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실행하는 것으로, 현장에 즉각 적용될 수 있도록 실무에 접목할 것"을 주문했다.

국민은행 이건호 행장 역시 취임 직후 '스토리가 있는 금융'을 조직 내 새로운 슬로건으로 내세우면서 단기 실적 주의에서 탈피해 고객 중심으로 장기적인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데 역점을 둘 것을 직원들에게 강조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여러 사태로 말미암아 고객의 기대와 신뢰를 다시 회복하고자 단기 실적 위주의 영업행태를 지양하고 윤리적인 영업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한편, 고객들이 직접 경영에 참여해 제도나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상품들을 점검하는 'KB호민관 제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취임 100일이 지난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직원들과의 소통 활성화를 위해 올해 2월부터 '소통 엽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고민서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