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딸 죽인 울산·칠곡 계모, 살인죄 대신 상해치사죄..왜?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11 18:06

수정 2014.10.28 11:41

초등학생 의붓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경북 칠곡과 울산의 '계모 아동학대 치사'에 대해 법원이 각각 징역 10년과 15년을 선고한 가운데 검찰 구형에도 못 미치는 낮은 형량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오전 법원은 지난해 경북 칠곡에서 여덟 살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계모에게 징역 10년(구형량 20년)을 선고했다. 반면 같은 날 오후 '소풍가고 싶다'는 여덟살 의붓딸을 구타해 숨지게 한 울산의 계모에 대해서는 징역 15년(구형량 사형)을 선고했다.

법원이 검찰 구형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형량을 선고하자 법조계는 물론 인터넷을 중심으로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칠곡 사건의 경우 '검찰의 구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비난이 빗발치는 상황이어서 여론의 질타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법리적으로 '미필적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성립된다며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법원의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지적까지 내놓고 있다.

■'상해치사죄' 적용해 형량 낮춰

대구지법 형사11부(김성엽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상해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임모씨(36)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앞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임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또 숨진 딸 A양을 학대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불구속기소된 친아버지 김모씨(38)에 대해서는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숨진 A양의 언니 진술도 신빙성이 있다고 인정된다"면서도 "부검감정서에 사망원인이 한 차례의 강한 충격에 있었다고 나오는 것으로 미뤄 무차별적인 폭행이 있었던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앞서 임씨는 지난해 8월 의붓딸을 때린 뒤 복통을 호소하는데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아 장간막 파열에 따른 복막염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날 오후 울산에서 일어난 의붓딸 학대 사망 사건을 심리한 울산지법 형사3부(정계선 부장판사)는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계모 박모씨(41)에 대해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소사실 중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박씨는 지난해 10월 24일 집에서 "친구들과 소풍을 가고 싶다"는 딸 이모양(8)의 머리와 가슴을 주먹과 발로 때려 갈비뼈 16개가 부러지고 부러진 뼈가 폐를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봐주기 판결" 검찰.법원에 비난

두 계모 사건에 대해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은 즉각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법원과 검찰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날 오전 선고 이후 대구지법 앞에서는 아동복지단체 회원 등이 법원 마당에서 피고인 임씨 등을 "사형시켜라"고 외치기도 했다. 아이디 'du**'는 "안드로메다 판결"이라며, 아이디 'wor**'는 "미국 같았으면 최소 무기징역"이라며 이번 판결에 대해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표출했다.

법조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고위관료 출신의 한 원로 법조인은 "칠곡 계모는 아이의 생명이 위험할 정도로 폭행해 놓고 병원에 데려가지도 않았는데 검찰이 미필적 고의로 인한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고 상해치사죄를 적용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칠곡 계모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구형량에 크게 못 미치는 판결이 나온 만큼 법리 검토를 한 뒤 항소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항소심에서 상해치사죄가 아닌 살인죄로 공소장을 변경할지 주목된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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