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여객선 참사, 또 후진국형 사고인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16 18:11

수정 2014.10.28 07:13

승객과 선원 462명을 태운 대형 여객선이 16일 전남 진도군 병풍도 북쪽 20㎞ 해상에서 침몰했다. 많은 이들이 구조됐지만 일부 사망자가 확인됐고 배 안에 갇힌 상당수가 실종됐다. 자칫 대규모 사상자 발생이 우려된다.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인천~제주를 오가는 6825t급 세월호는 이날 오전 꽝 하는 소리와 함께 배가 기울더니 곧바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최후의 1인까지 포기하지 않고 구조하는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고 직후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사고현장엔 해경 특공대, 해군 구조대, 육군 특전사 요원들이 투입됐다.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로 뛰어내린 이들은 비교적 쉽게 구조됐다. 그러나 미처 선실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이들이 많다. 선실 구석구석을 뒤져서라도 이들을 찾아내야 한다.

사고 원인은 의문투성이다. 길이 146m, 폭 22m 규모의 세월호는 국내에서 운항 중인 정기 여객선 중 가장 큰 편이다. 정원은 921명이며 차량 150대, 6m(20피트)짜리 컨테이너 152개를 동시에 실을 수 있다. 15일 밤 인천을 출발한 세월호엔 모두 462명이 타고 있었다. 과거 연안 여객선 사고는 흔히 정원을 초과한 무리한 승선이 원인이 됐다. 지난 1993년 전북 무안군 위도 근처에서 침몰한 서해페리호(110t)는 정원(221명)을 훨씬 초과한 362명을 태웠다 변을 당했다. 그러나 세월호는 정원의 절반밖에 차지 않았다. 선박 노후화가 원인이 됐을 가능성도 작다. 1994년 건조된 세월호는 선령 20년짜리 배다. 전문가들은 여객선의 경우 30년 운항도 무리가 없다고 본다.

전문가들은 암초나 바다에 떠다니는 대형목재와 충돌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가장 무게를 두는 것은 암초다. 그러나 국립해양조사원은 세월호 침몰 해역에 뚜렷한 암초가 없다고 말했다. 세월호가 정기항로를 이탈했을 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 세월호는 작년 2월부터 인천~제주 항로에 투입됐다. 위험항로는 손바닥 들여다보듯 꿰뚫고 있다. 항로를 이탈했다면 분명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

사고 발생 시 안전수칙도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생존자들은 충돌 당시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라"는 방송이 나왔다고 증언한다. 하지만 어떤 승객은 물이 빠른 속도로 차오르자 밖으로 뛰쳐나갔다. 결과적으로 안내방송을 충실히 따른 승객들에게 더 큰 불운이 닥쳤다. 50대 생존자는 "가만히 있지 말고 빨리 대피하라고 했다면 오히려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엔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이 타고 있었다. 흥겨운 수학여행은 악몽이 됐다.

지난 2월엔 대학 신입생 환영식 도중 리조트 체육관이 무너져 110여명의 사상사를 내는 대형참사가 있었다. 유달리 '안전'을 강조하는 대통령 아래서 대형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을 뜯어고치지 못하는 한 참사는 되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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