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된 '세월호' 탑승객 구조작업이 맹골수도의 빠른 조류로 난항을 겪으면서 국내에서도 재난 구조 로봇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사고 해역의 조류를 견딜 만한 무인로봇이 아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연) 로봇실용화그룹 박상덕 그룹장은 "국내 재난·수중 로봇기술로는 시속 8㎞의 조류속도를 극복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해양경찰은 지난 17일 무인로봇을 동원해 구조작업을 펼치려 했지만 거센 물살 탓으로 투입에 난항을 겪었으며 민간이 보유한 소형 무인 로봇 역시 조류에 휩쓸려 무용지물이 됐다.
한국해양연구원의 심해무인잠수정 '해미래'가 최선의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심해 탐사용으로 개발돼 역시 추진력이 약하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해미래는 수심 6000m까지 잠수가 가능하고 로봇팔과 계측장비, 수중카메라 등이 장착돼 천안함 사고원인을 밝히는 데도 투입됐다.하지만 국내에선 재난 로봇에 대한 연구개발이 각 부처별로 산발적이고 독립적인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로봇 연구개발의 특성상 10~15년에 걸쳐 진행되는 등 중장기 프로젝트가 대부분으로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기 어렵고 재난 구조로봇의 경우 원전사고, 구미가스 폭발 등 대형참사가 일어나면서 필요성이 제기됐더라도 금세 시장성의 한계에 부딪혀 투자·지원 대상에서 외면받았다.
2012년 로봇산업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로봇시장은 2조1327억원 규모다. 75.9% 이상은 제조업 로봇이 차지하고 있으며 사회안전 및 극한작업 로봇은 93억원이다.
생기연 장재호 박사는 "(재난 구조 로봇이) 개발가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논리에 좌절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세계 로봇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 역시 산업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국방부 주도로 전쟁에 필요한 국방용 로봇을 개발한 뒤 이를 환경 감시 등 재난 로봇으로 연계시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이 같은 시장 논리에 경각심을 일깨워준 사건이며 이후 다르파 로봇챌린지가 개최되는 등 로봇연구계가 위험한 순간에 사람을 대신할 로봇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미국 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이 개최하는 다르파 로봇 챌린지는 세계 로봇 전문가들이 모여 원전사고와 같이 통신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에서 사람을 대신해 계단을 오르고, 문을 여닫고 밸브를 조이는 등 실질적으로 필요한 활동을 수행하는 능력을 겨룬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선 국내기업 로보티즈가 개발한 '똘망'과 카이스트에서 개발한 '휴보'가 이 대회에 참가했다.
대회에 참가했던 로보티즈 한재권 수석연구원은 "다르파 로봇 챌린지처럼 최악의 상황에서 운영할 수 있는 재난로봇이라면 그 기술을 다른 분야에 응용하기는 쉽다"며 "재난 구조로봇의 기술 파급력은 우수하다"고 말했다.
실제 로보티즈의 모듈형 로봇 '똘망'의 팔은 방사능 물질이나 원자로를 다룰 때 위험을 피하기 위해 두꺼운 방어벽을 사이에 두고 먼 거리에서 조정하는 장치로 산업현장에 투입될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심사를 거치고 있는 '국민안전로봇프로젝트'는 경북 동해안 일원에 총 1215억원(국비 748억원, 지방비 263억원, 민자 204억원)을 투입해 재난인명구조 및 재난환경 분야의 로봇 기술을 개발하고 재난환경 실증단지(1만9800㎡ 규모)를 조성함으로써 대형재난 발생 시 피해확산을 방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bbrex@fnnews.com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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