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여객선 침몰참사] 어처구니 없는 해운법.. 운항관리자 위법에 벌금형도 못내려

장용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23 17:37

수정 2014.10.28 04:29

여객선 세월호 침몰과 관련해 선원들의 위법사실과 함께 선박의 안전관리에도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안전운항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운항관리자의 위법행위에 대해 현행법상 처벌이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2년 해운법 개정과 관련해 정부와 국회가 법 조문에 새 항목을 추가하는 과정에서 기존 항목에 반영됐던 벌칙조항이 규정되지 않은 채 법이 발효됐기 때문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개정 이전의 해운법은 제22조 3항에서 "운항관리자는 운항관리규정의 준수와 이행상태를 확인하고 직무와 지도에 충실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57조를 통해 이를 어길 경우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하지만 2012년 개정된 해운법의 제22조 1항에 새 조항이 추가되는 과정에서 기존 항목은 한 줄씩 뒤로 밀렸다. '제22조 3항'은 '제22조 4항'이 된 것이다.

하지만 벌칙조항인 제57조에는 이 같은 사항이 반영되지 않았고 구법과 같이 '22조 3항을 어기면 벌금형에 처한다'는 내용은 그대로 남아 있고 '22조 4항'에 대한 처벌조항은 없어졌다. 제대로 되려면 '22조3항과 22조4항을 어기면 벌금형에 처한다'라고 규정해야 했으나 법개정 과정에서 이 같은 '실수'가 있었던 것이다.

현행 헌법에는 범죄는 '행위 시 법률에 따라 처벌'되고 처벌조항이 없으면 처벌하지 못한다.


해운법은 운항관리자에게 여러 가지 의무를 부과해 놓기는 했지만 법을 위반했더라도 처벌할 수 있는 근거조항이 없어 처벌할 수 없게 된 셈이다. 한국해운조합에 소속된 운항관리자는 화물의 과적여부 및 구명기구와 소화설비의 구비, 선원안전교육, 비상훈련 실시 등을 감독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이번에 침몰된 세월호의 경우 수사과정에서 규정을 초과하는 화물을 실은 것은 물론 안전교육도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데다 구명기구도 제 기능을 못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최종적으로 확인될 경우 이 선박의 운항관리자는 법을 위반하는 것이 되지만 결과적으로 처벌은 불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법제처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한 중견 법조인은 "이는 법개정과정에서의 명백한 오류"라며 "입안에서 공포까지 적어도 4단계 이상의 입법 절차를 거치지만 이 같은 실수를 발견하지 못해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같은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서는 법개정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고 법이 개정되더라도 이번 세월호 운항관리자에 대한 처벌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