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가 지난 23~24일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아문디와 공동 주최한 '제15회 서울국제금융포럼'이 정부 당국자, 금융기관 종사자, 국내외 전문가 등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이번 포럼은 '아시아 금융시장의 대통합: 투자와 성장(Greater Asian Connectivity: Investment and Growth)'을 주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행된 이후 아시아권 금융시장이 새로운 기회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시아 국가 간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자리가 됐다는 평가다. 이에 이번 포럼에 참석한 글로벌 금융 전문가들과의 대담을 통해 향후 아시아 금융시장의 통합과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화 등에 대해 심층적으로 조망하고, 우리나라 금융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대담=김승중 증권부장
"한반도 통일 가능성은 100%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분단 상황은 한국에 자연스럽지 않다.
이 외에도 차 석좌는 최근 화두가 된 환태평양경제협정(TPP)과 관련, 한국의 TPP 참여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국의 TPP 참여의 가장 큰 이익은 일본 시장으로의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이며 "한국의 TPP 참여가 확정되면 한국은 아시아 지역 강국 중 하나로 자리잡을 것이며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Pivot to Asia)의 핵심 국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등 아시아 지역 외교 안보 전문가로서, 부시 행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담당 보좌관 등을 지낸 빅터 차 석좌로부터 한국의 통일준비와 향후 아시아 지역에서의 가야 할 길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듯한 징후가 포착됐다. 하지만 개성공단은 그대로 가동 중이다. 북한이 추구하는 전략은 무엇인지.
▲북한은 동시에 2가지 목표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에 개성공단은 북한 주민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이자 물물교환이 이뤄지는 중요한 곳이다. 북한이 핵개발과 개성공단 유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데는 모순이 있다. 이미 미국, 한국 등 많은 나라들이 북한에 핵 포기 조건을 전제로 협상을 시도했지만 그들은 번번이 거절했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면서 동시에 핵개발에 몰두하는 것은 경제발전과 국방력 강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북한의 병진노선을 잘 보여주는 예다.
―북한 관련 이슈가 터질 때마다 주식시장 등 한국 경제는 변동을 보였다. 북한 리스크가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지.
▲한국 경제는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과 같은 도발에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금방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북한의 도발은 한.미 동맹을 좀 더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 한국을 방문한 이유기도 하다. 그의 방한은 한.미 군사적 동맹이 매우 튼튼하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외국인 투자가들은 한국 시장에 확신을 가질 것이다. 북한의 도발은 추후 멈추지 않겠지만 한국에 결정적인 취약점은 없을 것이다. 설사 북한이 도발한다고 해도 전쟁으로까지 이어진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 금융권 내에는 '통일 금융', 통일 뒤 금융 산업에 대한 준비가 한창이다. 한국은행은 곧 통일 전담부서를 신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통일이 되었을 때 한국 금융시장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보는지. 또 지난 1990년 통일을 이룬 독일과 비교했을 때 통일 준비 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우리가 독일 통일 사례로 배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화폐를 1대 1 교환방식'으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동독과 서독의 화폐 가치가 달랐던 만큼 그들의 화폐를 1대 1 교환방식으로 바꾸는 것은 무리였다. 하지만 그들은 이를 고수해 결국 동독에 큰 인플레이션을 가져왔다. 이는 한국이 독일 사례 중 화폐와 관련해 가장 크게 배울 수 있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 만약 알았다면 부자가 됐을 것이다.(웃음) 하지만 확실한 점은 한국이 통일을 계기로 아주 큰 투자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거대한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결정에도 불구하고 좋은 경제지표를 보였다. 통일이 이뤄질 때쯤이면 한국은 선진국, 북한은 개발도상국 위치에 있을 것이다. 이 같은 격차 속에서 북한이 주는 혼란을 한국이 어떻게 대처해 나가는지가 한국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다. 또 차이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한 기관이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에 힘입어 통일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실질적으로 남북이 통일이 될 가능성은 얼마나 있나. 통일 대박론이 성공하기 위해선 어떤 점이 필요한가.
▲통일이 될 가능성은 100%라고 생각한다. 분단은 한국에 자연스럽지 않은 현상이며 한국의 운명이 아니다. 북한체제는 서서히 붕괴되고 있으며 시간이 갈수록 견디기 힘들어 결국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통일이 되면 인구가 8000만명까지 늘어날 것이며 베이비붐까지 일어나 인구는 9000만명으로까지 증가할 것이다. 통일은 한국의 인구, 지정학적 위치, 정치.경제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빠른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 현재 한국이 중간 정도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면 통일 뒤에는 더 커진 인구 규모와 기회로 지금보다 훨씬 강한 힘을 가질 수 있다. 통일대박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제도' 측면과 갑작스러운 통일에도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적' 측면의 준비가 병행돼야 한다. 준비 없이 운은 오지 않는다. 하지만 두 측면을 함께 준비한다면 행운을 불러올 좋은 기회다. 이미 이명박 전 대통령도 통일이 준비됐다고 말했었다. 현재 박 대통령은 이를 실행하는 단계라 볼 수 있으며 통일 대박론은 통일을 두려워하지 않고 긍정적인 담론을 세계에 제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통일은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다. 우리 세대에선 힘들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 통일이 된다면 한국은 아시아 지역 강국이 될 것이다.
―집권 2기를 맞은 오바마 행정부는 군사.외교적 중심축을 기존의 유럽과 중동에서 아시아로 옮기는 '아시아 회귀 정책'을 천명했다. 한국의 참여 역시 논의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TPP는 오바마 2기 정권의 핵심 외교 전략 중 하나로 오바마 정권 이전부터 논의됐다. 내가 백악관에 있을 때 부시 대통령과 TPP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만 해도 TPP는 좀 먼 이야기였다. 당시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먼저였다. 하지만 현 오바마 2기 정권에서의 TPP는 중요하다. 나는 한국이 TPP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TPP에 참여하는 데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이미 참여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이 크게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한국이 TPP에 참여하면 일본 시장으로의 접근이 가능하다는 이익이 생긴다. 한국과 일본은 FTA와 관련해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일본이 TPP 참여를 선언한 뒤 한국에서 정책 담당자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들은 일본의 TPP 참여를 매우 흥미로워했다. 한국이 일본 시장으로 진출하고 접근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TPP 참여가 확정되면 한국은 아시아 지역 강국 중 하나로 자리잡을 것이며 아시이 회귀 정책의 핵심 국가가 될 것이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는
빅터 차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북한을 비롯한 아시아 외교 안보 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다.
지난 2004~2007년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관련해 백악관에서 일본, 한반도, 호주, 뉴질랜드, 태평양 연안의 섬 등 아시아 담당 디렉터를 역임한 경력을 인정받아 아시아 주요 국가의 정치경제에 깊은 통찰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그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의 미국대표단 부장으로 활동하며 국가안전보장회의 재임기간 두 개의 주요 봉사상 표창을 받기도 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과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 각각 석사,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조지타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난 2009년 5월부터 미국 CSIS에서 수석 고문이자 한국 석좌를 겸직하고 있다.
정리=jyyoun@fnnews.com 윤지영 기자 장민권 수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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