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北 2인자’ 최룡해 보직 해임, ‘張 처형 주도’ 황병서 급부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28 17:40

수정 2014.10.28 02:57

‘北 2인자’ 최룡해 보직 해임, ‘張 처형 주도’ 황병서 급부상

북한 권부의 2인자로 불린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보직에서 물러났다. 대신 그 자리엔 장성택 처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황병서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임명된 것으로 사실상 확인됐다. 조직지도부 출신의 황병서는 대장으로 승진한 지 불과 열흘 만에 차수로 고속승진, 제2의 최룡해로 부상하고 있는 인물로 파악된다.

지난 26일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와 국방위원회가 황병서에게 차수 칭호를 수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북한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차수는 북한 군대 계급에서 원수 바로 아래다.

북한에서 차수 계급인 사람은 원로 간부인 김영춘, 김정각, 리용무, 현철해를 포함해 6명에 불과하다. 이로써 황병서는 군부에서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과 같은 차수 계급장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황병서는 지난 15일 평양에서 열린 제1차 비행사(조종사)대회 때 대장(별 4개)으로 승진한 것이 확인된 데 이어 이번에 차수로 고속승진한 것이다.

현재까지 황병서의 군 총정치국 내 보직은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지난 11일 이후 북한 매체에서 사라진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거취와 연관이 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지난 27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장거리포병부대 포사격 훈련 참관에 동행한 인물들을 소개하며 황병서를 리영길 총참모장과 장정남 인민무력부장보다 먼저 호명했다. 과거 군 관련 행사에서 리영길보다 앞에 호명됐던 사람은 최룡해뿐이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호명 순서로 봐서는 황병서가 (최룡해 자리인) 총정치국장에 임명된 것이 간접적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한 권력의 중앙무대에서 최룡해가 퇴장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로선 당뇨로 인한 와병설과 함께 실각설이 떠오르고 있다. 와병설은 평소 당뇨병을 앓던 최룡해가 최근 병세가 악화돼 김정은이 쉬면서 지병을 치료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것이다. 최룡해가 올 초부터 다리를 저는 모습을 보이는 등 건강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는 점이 근거다.

또 김정은 제1비서가 장성택 처형 이후 권력이 커진 최룡해를 견제하기 위해 숙청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김정은 제1비서가 자신의 권력을 공고화하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용인술이라고 할 수 있으며 장성택 숙청 이후 2인자를 키우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통일부 김의도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로선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병서의 총정치국장 임명은 지난 2012년 4월 최룡해의 총정치국장 임명 공개 방식과 거의 흡사하게 진행되고 있다. 북한은 당시에도 노동신문에서 최룡해의 이름을 리용호 총참모장보다 먼저 호명함으로써 그가 총정치국장에 임명됐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올해 65세로 알려진 황병서는 지난해 김정은 제1비서의 공개활동에 두 번째로 많이 수행했으며 올해는 가장 많이 밀착수행했다. 그는 조직지도부 과장 시절부터 김정은 제1위원장의 생모 고영희의 각별한 신임을 받으며 후계체제 구축에 앞장선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진 경남대 교수는 "보안과 감시 부서인 조직지도부 출신 황병서의 기용은 김정은 제1비서의 조직과 군부 장악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다만 기용 시점이 예상보다 빠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룡해의 해임이 공식 발표되면 지난 2012년 4월 김정은 체제의 공식 출범 이후 2년 만에 군부의 3대 핵심 실세 직책인 총정치국장, 총참모장, 인민무력부장이 모두 교체되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는 "현재로선 불안정의 방증인지, 안정의 증거인지는 파악할 수 없으나 분명한 건 김정은 체제들어 조직과 인사의 변화 주기가 빠르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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