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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한여름밤의 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28 17:47

수정 2014.10.28 02:56

[리뷰] 연극 ‘한여름밤의 꿈’

청년 라이샌더와 드미트리우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허미아의 복장이 실은 난감하다. 물 빠진 허름한 청바지에 세탁한 지 꽤 된 듯한 점퍼 차림새. 물론, 드미트리우스나 라이샌더, 헬레나 같은 다른 출연진의 의상도 이와 크게 다르진 않다.

허미아의 키는 1m50㎝도 안돼 보였고, 머리는 레게머리를 위로 말아올린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이 자태가 모든 이들로부터 아름다움과 품위의 상징으로 통했다.

요정들이 에워싼 한여름밤 숲 사이로 엇갈린 사랑에 발을 동동 구르며 서로 쫓고 쫓기는 대소동이 펼쳐지고 있는 이곳, 무대는 점점 알 수 없는 세계로 빠져든다.
요정의 왕 오베론의 부하 퍽의 발은 포크와 숟가락, 몸통은 나무 바구니다. 세 명의 배우는 퍽의 몸통과 발과 손의 형체를 쥐고 3인 1조로 연기했다. 이런 퍽을 상대하는 오베론은 자신의 실제 얼굴 두 배 크기의 조각상을 한 손에 들고, 실제 손가락 두 배 크기의 인형 손을 한 손에 끼고 이 숲의 소동을 지휘하고 진정시킨다. 무대 위엔 그렇게 사람과 요정, 사물과 인형들이 한데 뒤엉켜 있었다.

최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25∼27일)에서 공연된 톰 모리스 연출의 셰익스피어 연극 '한여름 밤의 꿈'(사진)은, 거침없는 상상력이 빚은 낭만의 세계로 관객들에게 한아름 즐거움을 안겼다. 갈 순 없지만 가보고 싶은, 가본 적 없지만 왠지 가본 것도 같은 꿈결같은 무대에 웃음과 감탄이 쏟아졌다. 화려한 미장센 없이도, 나무판자들과 우스꽝스러운 차림새만으로 꿈의 본질 속으로 저벅저벅 들어간 연출의 노련함이라니. 연극 '워호스' 제작팀의 명성을 확인해본 즐거움이 남달랐다. 영국 브리스틀 올드빅 극장의 배우들은 여러 배역을 순식간에 해치우면서도 매력적인 연기를 선사했다.

하지만, 재개관한지 석달도 안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은 이번 공연으로 무대 시스템에 집중 점검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확인시켜줬다. 26일 오후 8시 공연에선 1막 중간 무대 뒤 커튼을 올리는 기술에 문제가 생겨 30여분 공연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외국 스태프 한 명이 무대 위로 뛰어올라 공연 중단을 선언했지만, 관객들은 이 또한 연극의 일부인 줄 알고 가만히 자리를 지켰다. 때문에 객석 맨앞에 앉은 관객 한 명이 상황을 대신 전달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공연 중단 후 기술상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아 문제의 장면은 수동으로 전환됐다. 공연 종료 시간은 오후 11시14분이었다.
사고가 없었다면 10시30분에 끝났을 공연이었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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