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이른바 '낙하산 인사'가 거론되면서 정부 관료 출신 유관단체 수장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행여 자신한테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것.
당장 정치권에서는 공직자 퇴직 후 취업제한 대상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영향력 아래 있는 기관·단체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반면 업계에서는 관료 출신 유관단체장의 순기능도 있는 만큼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는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전직 관료 중 상당수가 산하 공기업은 물론 관련 협회 등에 포진하고 있다. 아울러 다른 업종 유관기관에도 관료 출신 인사가 대다수 포함됐다.
해운업계에서는 추대 형식은 물론 공개채용 등 다양한 형태로 낙하산 인사가 횡행하고 있다. 최근 사의를 밝힌 주성호 한국해운조합 이사장(국토부 차관)을 비롯해 임기택 부산항만공사(중앙해난심판원장), 곽인섭 해양환경관리공단 이사장(해양부 물류항만실장), 부원찬 선박안전기술공당 이사장(해양부 여수청장)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공기업뿐만 아니라 박원경 한중훼리 사장(해양부 해운선원국장), 이용우 대인훼리 사장(해양부 기획관리실장), 정홍 대룡해운 사장(해양부 해운정책과장) 등 민간 업체까지 해수부 출신 관료들이 장악하고 있다.
다른 업종도 비슷한 상황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회장보다는 상근부회장에 관료 출신이 집중적으로 선임된 사례가 많다는 것. 명예직인 회장과 달리 상근부회장은 실질적인 수장 역할을 하고 있다. 권한과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전직 관료들이 상근부회장을 선호하는 이유다.
실제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지식경제부 무역투자실 실장), 안현호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지경부 차관),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중소기업청 차장), 양준철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정통부 미래정보전략본부장), 서영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상근부회장(산자부 무역유통국장), 오일환 한국철강협회 상근부회장(산자부 전기위원회 사무국장) 등이 있다.
이 밖에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산자부 산업정책관), 백영선 해외건설협회 상근부회장(폴란드 대사), 이성옥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 상근부회장(정통부 정보화기획실장), 윤수영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상근부회장(산자부 신사업정책관), 박영탁 한국기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특허청 특허심판원 원장) 등도 관료 출신이다.
산업계 전반에 걸쳐 펴져 있는 낙하산 인사가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치권에서는 이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23일 공직자의 퇴직 이후 취업제한 대상을 현행 사기업이나 법무법인 등에서 정부나 지자체의 출자·출연·보조를 받는 기관·단체 혹은 위탁 수행하는 기관·단체(공직유관단체)로 확대 적용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 측은 "원전 비리나 저축은행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 지도.점검기관과 산하.유관기관 간 봐주기식 일처리 관행이 개선되지 않고 세월호에서도 그대로 다시 반복됐다"며 개정안이 시행되면 공직유관단체의 업무 수행에 있어 공정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기업과 유관단체들은 이 같은 움직임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전직 관료 출신의 유관단체 수장의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한 유관기관의 관계자는 "관료 출신들은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이들이 공무원 시절에 쌓은 인맥과 지식은 입법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전했다.정부 부처의 행태가 먼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대기업의 대관업무 담당자는 "유관단체들이 왜 관료 출신을 선호하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며 "현직 관료들이 산업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책임 있는 자세로 정책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먼저"라고 꼬집었다. ironman17@fnnews.com김병용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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