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이케아와 ‘메기 효과’

이재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28 18:00

수정 2014.10.28 02:56

[fn스트리트] 이케아와 ‘메기 효과’

'가구 공룡' 이케아의 국내 진출을 앞두고 가구업계가 비상이다. 스웨덴 이케아는 올 연말 경기도 광명에 1호점을 개점하며 본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곧 이어 경기 고양, 서울 고덕에 대형점포를 열 예정이다. 국내시장 규모가 7조원 수준, 그중 70%를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현실에서 '공룡'이 들이닥치면 모두 죽을 것이라는 이른바 '이케아 공포'가 업계를 몰아치고 있다. 반면 이케아의 진출은 시장 확대와 서비스 강화를 불러 우리 가구업계가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긍정론도 있다.

이처럼 찬반 양론이 맞서는 가운데 국내 대형 가구업체들의 실적이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최대 업체인 한샘은 지난해 매출이 28% 늘면서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도 40%나 증가했다. 현대리바트, 에넥스도 매출, 순이익 모두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한샘의 경우 이케아의 진출에 맞서 전국 주요 도시에 대형 매장을 속속 설립, 매출과 수익성을 동시에 잡는 전략을 펴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특판 비중을 줄이고 가정용 가구사업을 강화함으로써 수익성을 높였다.

이들 대형업체의 대응 전략은 '메기 효과'를 떠올리게 한다. 영국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 인류 역사를 '도전과 응전'으로 설명하면서 청어와 메기의 이야기를 자주 인용했다. 북해에서 잡은 청어는 영국 런던까지 운반하는 과정에서 대개가 죽어버린다. 그런데 유독 한 어부의 배만은 청어가 싱싱하게 살아 도착했다. 청어떼 속에 천적인 메기를 투입한 것이 비결이었다. 수많은 청어들은 메기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바람에 살아남았다. 외부의 도전에 잘 대응한 민족과 문명은 살아남고 도전이 없는 민족과 문명은 사라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케아가 극복 못할 대상이라고 생각할 이유는 없다. 세계 43개국에 진출한 이케아가 줄곧 성공한 것도 아니다.
일본 토종 가구업체 '닛토리'는 2006년 이케아의 진출에 대응해 전국적인 유통망을 구축해 4년 만에 매출을 두 배로 늘렸다. 이케아는 소비자가 사서 직접 조립하는 DIY 방식을 고집하고 있어 완제품을 배송하고 설치까지 해주는 원스톱 서비스에 익숙해 있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호소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국 이케아의 국내 진출이 위기가 될지, 기회가 될지는 업체들이 하기 나름이다. 더 큰 공룡이라던 미국 유통업체 월마트나 외식업체 맥도날드도 국내에서 토종기업들에 나가떨어지지 않았던가. ljhoon@fnnews.com 이재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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