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北 김정은 넉달간 2인자 장성택→최룡해→황병서로 교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5.02 15:30

수정 2014.10.28 01:42

북한의 2인자가 교체됐다.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해임됐으며 그 자리에 황병서(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가 임명된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북한의 국영 조선중앙통신은 2일 5·1절 경축 노동자연회가 전날 새로 건설된 김정숙평양방직공장 노동자 기숙사에서 열린 소식을 전하며 이 자리에서 연설한 황병서를 '인민군 총정치국장'으로 소개했다. 북한 매체가 황병서를 군 총정치국장으로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황병서의 총정치국장 임명으로 최룡해의 해임 역시 자동 확인됐다.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국방위원회 1위원장)을 제외하곤 북한 군부내 1인자다. 서열상 총참모장, 인민무력부장(국방부 장관격)보다 앞서있다.

황병서의 총정치국장 임명 및 최룡해의 해임은 지난달 26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주재한 가운데 열린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황병서는 김정은 제1비서의 생모인 고영희의 신임을 받으며 일찍이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에 앞장섰던 '김정은 사람'이다. 그는 올들어 최룡해를 제치고 김 제1비서의 수행인사로 떠오르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반면 전임 최룡해는 현재까지 해임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진 않았지만 숙청보다는 건강상의 문제로 자연스럽게 권력 무대에서 퇴장시킨 것으로 관측된다. 또 그가 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직에서도 물러났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최룡해가 숙청됐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숙청된) 리용호, 장성택 같은 경우는 정치국 확대회의를 통해 결과를 발표하면서 직위에서 해임됐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최룡해는 (해임 관련) 보도가 지금 일절 없기 때문에 숙청됐을 가능성이 좀 낮다고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과거 북한은 김정일 시대에 건강 악화로 대외활동을 중단한 조명록 당시 총정치국장을 대신해 2007년 총정치국에 '제1부국장' 보직을 신설한 전례가 있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최근 김 제1비서가 군 정치간부들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는 점을 미루어 단순한 건강 악화만은 아닐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2인자를 만들지 않는다는 김일성·김정일대부터 내려오는 북한 권력의 속성에 비추어 볼 때 김정은 제1비서로선 최룡해의 위상을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최룡해의 부친 최현은 북한에선 김일성 주석 다음으로 높게 평가받는 항일빨치산이라는 점, 최룡해 자신의 카리스마와 리더십이 잠재적으론 김정은 권력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반해 황병서는 실무형 인재에 가깝다는 평이다.

결과적으로 최룡해 해임과 황병서 기용은 북한 김정은 지배체제의 안정과 불완전성을 동시에 내포한다. 지난해 말 장성택에 이어 최룡해, 황병서까지 불과 4개월만에 2인자가 두번에 걸쳐 교체됐다는 점은 역설적으로 김정은 유일지배체제의 방증으로 해석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황병서의 기용은 김정은 제1비서의 권력이 더욱 공고화됐다고 평가할만한 부분"이라며 "황병서 역시 총정치국장이라는 막중한 직책을 맡았지만 충분한 리더십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오래가지 못하고 중도하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감시와 보안부처인 조직지도부 출신의 황병서를 군부 1인자로 앉힌 건 김 제1비서로선 권력의 불완전성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란 시각도 제기된다. 또 황병서를 두달새 당 부부장에서 제1부부장으로, 상장(별3개)에서 대장으로 고속승진시킨 점도 자연스러운 과정은 아니었다는 지적이다.
박정진 경남대 교수는 "보안과 감시부서인 조직지도부 출신 황병서의 기용은 김정은 제1비서의 조직과 군부 장악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

황병서의 부상은 이미 예견됐던 부분이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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