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운동선수들에게 한방이 반가운 이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5.05 09:00

수정 2014.10.28 01:16

한방 성장치료는 순환, 영양, 골근력 강화, 폐기능 강화, 피로회복, 노폐물 제거와 아울러 마음 안정과 같은 심리적인 부분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심신 육성 프로그램이 적용되는 치료다.

얼핏 성장 치료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일 수도 있지만 그 누구보다 성장 치료의 고도화된 프로그램이 가장 절실한 그룹이 있다. 바로 운동선수다.

최종적으로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세계 1등이 목표인 것은 거의 모든 운동 선수들의 공통된 꿈일 것이다. 아주 미세한 차이 심지어 천분의 1초로 패자와 승자가 가려지는 이 냉혹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들은 끊임없이 연습하고 연구한다.
이렇게 몸의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 끝에 고의가 아님에도 자칫 '도핑 테스트'라는 덫에 걸리고 마는 안타까운 경우도 간혹 있다. 운동 선수라는 직업군에게 한방 성장치료가 응용된 운동능력강화 프로그램이 더욱 빛을 발하는 이유다.

필자도 국가대표를 꿈꾸는 한 쇼트트렉 선수의 성장의 길에 동행했었던 특별한 기억이 있다.

당시 초등 고학년이었던 그녀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 단연 부각을 나타내는 유망주였다. 하지만 중장거리 훈련시 후반부 근지구력이 달리는 문제와 훈련 후 근육이 쉽게 뭉쳐 근육통으로 이어지는 고질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운동 시 근육에 쌓이는 피로물질인 젖산을 빨리 분해시키기 위하여 혈액순환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을 1차 치료 목표로 정한 것이 당시 장기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진단이 적중한 덕으로 한달 후 혈액순환의 개선으로 신속한 피로 회복은 물론 혈액의 산소 운반 능력이 좋아져 지구력 향상에까지 도움을 받고 있음이 느껴진다며 선수는 흡족해 했다.

그러나 1개월 후 혈액순환이 개선되면서 근지구력이 좋아지는 속도를 폐활량이 따라가지 못한 탓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기록이 다시금 정체기에 빠졌다. 운동 선수를 위한 프로그램은 체력 강화 못지 않게 체력을 이루는 각 요소요소 간의 밸런스를 수시로 체크하고 맞춰주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다시금 느끼는 순간이었다. 이 선수의 경우 횡경막의 경직을 풀어주는 침과 한약 치료가 병행했다. 그 결과 고질적인 근육통이 확연히 나아지고 보다 높은 강도의 훈련을 무난히 소화할 수 있게 되었다.

그로부터 3개월 후 순환력과 폐활량 모두 안정기에 접어들 즈음, 다음 단계인 하체 근력 강화 및 손상 근육 회복에 목표를 둔 프로그램을 이어갔다. 탕약을 통해 상하체 밸런스를 잡아주는 '다지기' 프로그램에 들어갔다. 이후 마지막 1개월은 선수가 오랜 기간 준비해 오던 대회를 약 한달 남짓 앞둔 시점이었는데, 프로그램의 효과가 기록이라는 숫자로 확인되는 수확의 기간이었다. 최상으로 끌어올려진 현재의 컨디션이 한달 후 빛을 발할 수 있도록 근육에 젖산을 신속하게 풀어주는 피로 회복을 목표로한 처방으로 당시의 프로그램을 마무리 지었다.

의료진과 선수 본인 모두의 희망한대로 대회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본인의 기존 기록을 깬 것은 물론 메달 수상의 영예까지 안게 되었기 때문이다.

선수의 역량과 노력을 고려했을때 충분히 타당한 결과였다. 하지만 단기간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욕심내지 않고 몸의 흐름에 맞게 꾸준한 케어를 해주는 한방의 은근하지만 단단한 힘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이제야 고백하는 것이지만, 당시의 프로그램은 필자에게도 적지 않은 도전이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는 것에는 기존의 성장치료와 크게 다를 바 없었지만 체력이 일반인 이상의 궤도에 오른 프로 선수를 대상으로, 그것도 5~6개월이라는 단기간에 반드시 결과물을 내야한다는 점은 적잖은 부담이었다.

무엇보다도 범인들은 인식조차 못하는 '찰라'의 순간을 위해 눈물과 땀방울을 올곧이 바치는 그들이 내민 땀젖은 손을 한의사로서의 명쾌한 답으로 맞잡아줘야한다는 인간적인 고뇌가 그것이었다.


혹독한 세계에서 젖먹던 힘을 짜내는 가녀린 딸이 늘 안쓰러웠던 선수의 아버지는 그 후 필자와 막역한 사이를 이어오고 있다.

<이솝한방병원 남세현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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