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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중독’ 송승헌 “내 작품中 가장 아픈 사랑했다” [인터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5.04 10:52

수정 2014.10.28 01:23



“첫 파격멜로? 더 이상 보여줄게 없을 만큼 만족”

드라마 ‘가을동화’, ‘여름향기’ 등에서 한없이 부드럽고 자상한 캐릭터로 여성의 로망이 된 송승헌.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는 영화 ‘숙명’, ‘무적자’ 등으로 배우로서 새로운 면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번에는 영화 ‘인간중독’으로 배우생활 최초 파격멜로에 도전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진행된 스타엔과의 인터뷰에서 송승헌을 만나보니 그의 진심이 묻어나는 연기는 좋은 인품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 ‘인간’이 ‘중독’을 만났을 때

‘인간중독’이 베일을 벗기 전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끄는 건 ‘방자전’, ‘음란서생’을 연출한 김대우 감독의 4년만의 신작에 송승헌의 첫 노출 도전작이기도 하지만, ‘인간중독’이라는 강렬한 느낌의 제목 때문일 것이다. 송승헌 역시 처음 접하고 호기심이 생겼다고.

“일반적으로 중독은 마약, 알코올 등이라는 단어와 어감이 안 좋게 쓰인다. 그런데 상반되는 느낌의 인간과 쓰여 ‘인간중독’이 뭔가 싶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촬영을 하면 할수록 ‘인간중독’의 의미를 알게 됐다. 지금도 제목이 너무도 마음에 든다.


송승헌이 점차 깨닫게 된 ‘인간중독’의 의미를 알려달라고 하자 그는 극중 자신이 분한 김진평이라는 인물이 처한 상황과 ‘인간중독’이 딱 들어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진평은 엘리트 군인으로 앞길이 창창한 사람이다. 그런데 와이프가 있음에도 처음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 거기다 부하의 와이프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중독되면서 보장된 미래를 포기하고, 안타까운 사랑을 택하는 모습이 제목과 어울리지 않나.”


송승헌 (사진=호호호비치)

이로 인해 수많은 작품들에서 사랑을 한 송승헌이건만, 그 어떤 작품들에서보다 애틋한 사랑을 한 셈이다.

“김대우 감독님께서 최근에 사랑에 대해 ‘저 사람이 아니면 안 되는, 숨 쉴 수 없는’으로 정의를 내려주셨다. 김진평도 저 사람이 아니면 안 되는 사랑을 한 거다. 그 어떤 작품들에서보다 정말 가슴 아픈 사랑을 한 것 같다.”

또한 ‘인간중독’을 촬영하면서 결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는 송승헌은 “결혼하기 더욱 어려워졌다. 이 사람이다 싶어 결혼했는데 김진평처럼 다른 여자를 보고 저 사람이었네 싶은 상황이 온다고 머릿속에 그려보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없더라”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 첫 파격멜로를 대가 김대우 감독과

오랜 배우생활 동안 많은 필모그래피를 쌓았지만, 파격멜로는 ‘인간중독’으로 첫 걸음마를 뗀 송승헌. 이러한 가운데 그의 첫 파격멜로가 이 장르에서 독보적인 김대우 감독의 감각에서 탄생됐다.

“전작들을 보고 감독님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었던 데다, 첫인상이 고집이 있을 것 같아서 과연 나랑 잘 맞을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촬영을 하면서 그런 걱정이 하루하루 깨졌다. 김대우 감독님은 그 누구보다 섬세하고, 감수성도 풍부하신 분이었다.”

김대우 감독과 감독과 배우 관계를 넘어 인간과 인간의 관계로서 신뢰를 쌓았다는 송승헌은 “감독님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니고 계신다. 좋은 이야기할 때 고개 숙여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맞는 이야기를 해도 듣기 싫은 사람이 있는데 감독님은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사람이다. 나도 나이가 먹고 저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존경스럽다. 넓은 인간관계보다는 좁게 오래 보는 스타일인데 또 한 명의 오래 볼 사람을 얻은 것 같다”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감독을 베테랑을 만났다면 상대 여배우의 경우는 신예를 만났다. ‘인간중독’으로 첫 스크린 데뷔를 앞둔 배우 임지연이 그 주인공.

“자신이 알지는 모르겠지만 타고난 매력이 있고, 화면에서 그 매력이 배가 된다. 그리고 어린 친구인 만큼 그 또래 특유의 순수함을 가지고 있다. 그 눈빛들을 잘 간직하면 앞으로 더 큰 배우가 될 것 같다. 기대된다.”


송승헌, 김대우 감독 (사진=호호호비치)

임지연 외에도 함께 출연한 온주완, 조여정에 대해서는 “김대우 감독님이나 내가 마음과 달리 표현을 잘 못 한다면, (온)주완이는 애교가 많고, 살가워서 두 여배우를 잘 챙긴다. (조)여정 씨는 예쁜 여배우는 깍쟁이일 것 같다는 선입견을 깨줬다. 정말 현명한 친구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 늦깎이 노출..“지금이라도 하길 잘했다 싶다”

실제 성격이 남자다움에도 불구 대중들에게 사랑받은 작품들은 그가 다정다감할 때였다. 그런 거에 대한 반항심으로 30대에 접어들면서는 남성미를 부각시킬 수 있는 작품들에 출연하는 것도 망설이지 않았다.

“남성성이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드라마 ‘에덴의 동쪽’, 영화 ‘숙명’, ‘무적자’ 등에 출연했지만, 여전히 부드러운 송승헌을 많이 기억해주시더라. 그래서 다양한 캐릭터들을 시도하는 것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인간중독’도 그런 것에 대한 일환이다. 물론 ‘인간중독’ 한 편으로 송승헌의 이미지가 바뀌는 건 아니겠지만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은 욕심은 늘 있다.”

대한민국 대표 몸짱 스타로 꼽히는 송승헌인 만큼 작품 속에서 상반신 노출은 간간히 있었다. 그러나 제대로 된 베드신은 ‘인간중독’이 처음이다. 여배우가 노출을 꺼려하듯 송승헌도 늘 나름의 선을 그어놓았단다.

“지금까지 내 기준의 테두리 안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나 스스로 갇히게 된 것 같다. 내가 왜 진작 도전하지 않았을까하는 후회도 됐지만, 지금이라도 하길 잘했다 싶다. 노출도 노출이지만, 보통은 남녀의 평범한 사랑을 해왔다. 와이프도 있는데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그 대상이 부하의 와이프라는 관계 설정이 나에게 있어서 파격적 도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첫 파격멜로 도전인 만큼 아쉬움도 남을 터. 하지만 송승헌은 “더 이상 보여줄 게 없을 만큼 만족한다”고 소감을 전해 ‘인간중독’ 속 송승헌의 모습에 대한 기대감을 상승시켰다.

데뷔 이래 긴 공백기 없이 꾸준히 활동을 해오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기존의 송승헌이 가지고 있는 색깔이 아닌 다른 면을 보여주려는 감독님들이 계시고, 본래의 장점에 조금 더 포장해서 보여주려는 감독님들이 계신다. 계속해서 찾아주시니 어느 쪽이든 감사한 일이다”고 감사를 표했다.


마지막으로 송승헌은 “얼떨결에 연예계에 입문해 정신없이 지나갔던 20대와 달리 30대 때는 연기에 대해 책임감을 더 가지려고 하고 있다. 배우는 인간의 감정을 건드려 감동을 줄 수 있는 굉장히 축복받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20대 때 단순히 일로 생각했다면, 지금은 너무나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털어놔 그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더 강한 울림을 줄 배우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줬다.

한편 ‘인간중독’은 베트남전이 막바지로 치달아 가던 1969년 엄격한 위계질서와 상하관계로 맺어진 군 관사 안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비밀스럽고 파격적인 사랑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오는 15일 개봉 예정.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image@starnnews.com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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