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이번엔 세 분이 다정하게 얘기하듯이 가볼게요. 좋습니다! "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들려오는 서울 삼성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한껏 멋을 낸 세 여성이 수줍은 미소를 띄며 화보 촬영에 열을 올리고 있다.
패션그룹 형지의 여성 캐주얼 브랜드 크로커다일레이디가 전문 모델 대신 30~40대 기혼 여성들을 '스타일 서포터즈'로 선정, 봄·여름 신제품 화보 촬영을 진행하는 현장이다.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된 크로커다일레이디 '스타일 서포터즈'는 시즌 화보 모델을 비롯해 온라인 활동을 통해 브랜드 소식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까지 아우르게 된다.
지난달 진행된 화보 촬영은 전직 방송작가를 비롯해 다양한 개성을 지닌 30대 여성들이 참여했다. 이날 주부모델들은 '영국 왕세자비 케이트 미들턴 따라잡기', '남편에게 사랑받는 소녀룩', '바캉스룩' 등 봄부터 여름까지 각자의 살려냈다.
이번 화보 촬영에 임한 주부모델 세 명은 전문모델은 아니지만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가 넘도록 진행되는 강행군에도 시종일관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이날 모델로 참여한 양인영씨는 "지금까지 남편은 사회구성원인 반면 나는 가족구성원에 그쳤다"며 "이번 화보 촬영을 통해 '나도 사회 구성원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심리적 자존감을 되찾은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아이를 가지고 만삭이었던 당시 70㎏까지 육박했는데 이번 화보 촬영을 계기로 다이어트를 통해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뿌듯하다"며 "삶의 활력과 자아 실현의 기회를 제공해준 크로커다일레이디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주부모델 전린애씨는 "대학교 캠퍼스 커플로 신랑을 만나 졸업과 동시에 결혼 생활을 시작해 사회생활을 해볼 기회가 없었다"며 "주부에게 사회 생활을 접해 볼 수 있는 기회는 '내가 할 수 있는게 뭔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나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주부들이 사회로 돌아오기에 가장 높은 장벽으로 '한정적인 기회'와 '유동적이지 못한 시간'을 꼽았다. 권예빈씨는 "주부에게 사회생활이라는게 가정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힘든게 사실"이라면서 "정부의 정책적인 단계에서도 육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도 이미지 마케팅에만 그치지 않고 판매사원을 넘어선 각자의 적성에 따라 할 수 있는 다양한 일자리가 필요하다"며 "주부가 사회에 나와서 할 수 있는 능력을 인정하고 '아줌마'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성호 크로커다일레이디 사업본부장 상무는 "이번 '스타일 서포터즈'가 단순히 주부모델을 홍보와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가치 실현을 위해 기획돼 실천하는 프로젝트"라며 "크로커다일 레이디는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앞으로도 대한민국 여성들의 꿈을 잠시나마 이뤄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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