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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이방인’, 권력 다툼의 무대가 된 병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5.07 14:55

수정 2014.05.07 14:55

▲ SBS 방송화면 캡쳐
▲ SBS 방송화면 캡쳐

정치드라마는 인간의 욕망을 가장 극적으로 표현하는 최고의 장르다. 권력을 향한 인간의 욕망과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암투는 보는 이들에게 긴장감을 선사한다.

KBS 1TV 대하사극 '정도전'은 정통 사극의 형식으로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인간의 추악한 몸부림을 그려냈고, MBC 월화특별기획 '기황후'는 퓨전 사극의 모양으로 권력 다툼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는 한 여인의 생애를 그렸다.

SBS 월화드라마 '닥터 이방인' 또한 의사들이 등장하지만 정치스릴러의 요소를 다수 담아내고 있다. 적국의 수장인 김일성이지만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살려내는 의사가 있고, 이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인 이익을 취하려는 사람이 있다.


의사의 본분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지만 그 속에서 정치적(또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이뤄진다. 그 이익을 노리는 사람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신의 순수한 신념을 지키는 사람들은 희생된다.

박훈(이종석 분)의 아버지 박철(김상중 분)은 오직 사람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김일성을 살려냈지만 장석주(천호진 분)는 박철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그리고 가차없이 박철은 물론 그 아내(이일화 분)까지 제거해버렸다.

의사로 성장한 박훈이 연인 송재희(진세연 분)와 함께 망명을 신청했을때도 장석주는 대통령 선거에서 자신에게 불이익이 닥칠 것을 우려해 그들의 망명을 막는다. 과거의 일 때문에 죄책감을 느낀 김태술(정인기 분)이 박훈을 북한 요원들에게서 구해내지만 박훈과 송재희는 이별하게 됐다.

남한의 병원에서도 정치 싸움은 계속된다. 명우대학교병원 문형욱(최정우 분) 교수는 자신이 총리의 심장수술을 집도할 팀을 꾸리게 된다고 기자들에게 말하고 다닌다. 환자를 돌보는 것보다 병원장이 되려는 욕심이 더 강하기에 정작 본연의 임무는 소홀하게 된다.

반면 오준규(전국환 분) 이사장은 명우대학교병원에서의 확실한 입지를 위해 문형욱 교수를 견제한다. 총리의 수술집도라는 큰 일을 앞두고 명우대학교병원의 명성이 실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천재의사 한재준(박해진 분)을 이용한다.

'닥터 이방인'은 두 개의 정치드라마가 펼쳐진다. 박훈과 장석주 총리를 둘러싼 남과 북의 갈등과 음모를 그린 드라마, 다른 하나는 명우대학교병원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한 오준규 이사장과 문형욱 교수의 권력 암투다.

오준규 이사장이 한재준을 이용했다면, 문형욱 교수는 박훈으로 맞불을 놓을 예정이다. 남과 북의 천재의사 한재준, 박훈의 대결은 즉 오준규와 문형욱의 권력 다툼 대리전인 셈이다.

하지만 많은 정치스릴러에서 변수가 발생하기도 한다. 스스로 권력의 꼭두각시가 되는 것을 거부한 캐릭터들이다. 한재준은 수술실에서 자아를 발견하는 인물이고, 박훈은 사랑하는 송재희를 되찾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이용한다. 결국 순수함이 진흙탕 같은 권력 다툼에서 승리한다는 결론을 유도하게 된다.

초반에는 박훈의 부모가 권력 다툼의 소용돌이에서 희생됐다. 그리고 두번째 권력 다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재준과 박훈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 권력 다툼 속에 몸을 담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치드라마 성격을 지닌 메디컬드라마들이 인기를 얻었다. '닥터 이방인' 또한 정치스릴러의 요소가 듬뿍 담긴 복합 메디컬 드라마다.
사람을 살려야 하는 병원에서 살벌한 권력 다툼이 벌어지는 것은 또 하나의 아이러니다.

/여창용 기자 news@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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