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황혼육아족엔 훈수 금물” 백화점 맞춤 응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5.21 17:17

수정 2014.10.27 07:44

롯데백화점 아동복 매장을 찾은 50대 여성이 옷을 고르고 있다.
롯데백화점 아동복 매장을 찾은 50대 여성이 옷을 고르고 있다.

#.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유아복 A매장에는 2주에 한 번씩 방문하는 고객이 있다. 몇 년 전 손주를 본 이 고객은 계절이 바뀌거나 특별한 기념일이 아니라도 매장에 들러 새로운 제품이 없는지 살펴보고 숍매니저와 육아 이야기를 하다 돌아가곤 한다.

'황혼육아족' '골드파파' 등장 등 시대 변화에 따라 백화점 고객대응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밝은 미소' '깍듯한 인사'로 대변되는 정형화된 서비스 공식에서 벗어나 고객의 심리를 파악해 대응하는 맞춤형 서비스가 매출로 연결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황혼육아족이 늘면서 직접 유아동복 매장을 찾는 조부모가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 아동상품군의 50대 이상 고객 매출 신장률은 2012년 5%, 2013년 8%에서 2014년 5월 18일 현재 14%로 증가했다.

이에 롯데백화점은 황혼육아족을 위한 응대서비스 교육도 강화했다.

먼저 유아동매장 직원은 조부모에게 육아 '훈수'는 금물이다. 그 대신 매장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게 포인트다.

실제로 한 아동유아 브랜드 매장 직원이 조부모 고객에게 "간식 많이 먹이면 아이 건강에 나빠요"라고 조언했다가 "집에서 며느리 잔소리 듣고 나왔는데, 백화점에서도 나한테 잔소리를 하네"라는 고객의 원망을 들어야 했다.

롯데 서비스아카데미 관계자는 "직원이 조부모에게 육아 조언을 하는 순간 고객의 눈에는 훈수를 한 며느리와 딸의 얼굴이 오버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조부모 고객에게는 직원이 상품을 적극 추천하는 것보단 고객이 매장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이야기를 들어주고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게 더 좋은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멋'을 내는 40·50대 아저씨들이 늘면서 남성복 매장 응대법도 달라졌다. '골드파파'로 불리는 4050 남성의 구매패턴도 젊어졌다. '골드파파'란 자신을 가꾸고 취미 등 자기만족을 위한 소비를 즐기는 경제력 있는 40~50대 남성이다.

롯데백화점의 남성패션군 4050 세대 매출 구성비를 살펴본 결과 언더웨어에서는 타이트한 드로즈 비중이 2009년 5%에서 2014년 4월 15%로 늘었다. 같은 기간 캐주얼화 매출 구성비도 10%에서 30%까지 증가했고 백팩도 10%에서 25%까지 올라갔다. 롯데 관계자는 "고객의 바지 기장이나 핏을 보고 전문적으로 코멘트하지 않으면 호응을 얻기 어렵다"면서 "자신에게 투자를 많이 하는 세대인 만큼 술·담배를 줄이는 대신 패션이나 취미 생활에 투자하라는 조언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50대는 은퇴를 준비하고 바쁜 자녀들로 소외감을 느끼기 쉬운 세대인 만큼 힘든 마음을 위로해주는 게 가장 중요한 서비스 포인트다. 남성의류 매장 관계자는 "분홍색 셔츠를 입은 30~40대 남성 고객에게 '예쁘다'란 말은 금기어지만 50대 남성에게는 칭찬"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서비스 아카데미 관계자는 "황혼육아족의 경우 한 번 방문하면 보통 20만~30만원씩 구매한다"면서 "황혼육아족이나 골드파파 등 시니어세대일수록 가격이 비싸더라도 자신이 편한 매장에서 구매하는 성향이 높다"고 설명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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