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무대가 때아닌 '복고풍'으로 새단장한다. 초록 분장, 첨단 기술에 피로감을 느꼈던 눈들은 이제 과거로 돌아갈 시간이다.
초연된 지 30년도 더 된 영국 웨스트엔드 뮤지컬 세 편이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공통점은 역시 고전적인 스토리라는 사실. 한밤중 쓰레기 공터에 모인 아홉 마리 고양이 이야기,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쌍둥이의 비극적 최후, 폭우 속 우산 들고 추는 탭댄스 같은 추억의 콘텐츠가 관객 장악에 나섰다.
누구든 이름은 들어봤을 '캣츠'는 1981년 초연된 뮤지컬의 고전이다.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 연출가 트레버 넌, 안무가 질리안 린, 프로듀서 카메론 매킨토시 같은, '신의 손'으로 불리는 크리에이티브와 제작자가 만든 전설의 뮤지컬.
영국 작가 T S 엘리엇의 우화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기반으로 했으니 다분히 철학적이다. 한밤중 우글우글 모인 젤리클 고양이들은 천상의 세계로 올려 보낼 단 한 마리의 고양이를 뽑는 의식을 치른다. 고양이 분장을 한 이후론 사람말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배우들은 고양이 걸음, 숨소리 그대로 무대와 객석을 누빈다. 화려한 젊은 날을 뒤로 하고 이제는 늙은 외톨이가 된 고양이 그리자벨라가 부르는 '메모리'가 대표적인 넘버. 애틋한 선율과 회한 담긴 가사는 시대와 국적을 초월한다. 이번 무대는 미국, 영국, 호주, 남아공 등 다국적 배우들로 구성된 해외투어팀의 내한공연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게 남다르다. 공연장에 가기 전 고양이 이름과 캐릭터 성격 정도는 미리 숙지하고 가는 게 좋을 듯. 얼핏 보면 비슷비슷한 분장에다 영어대사여서 이름을 놓치면 헤맬 수도 있다. 공연은 13일부터 8월 24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5만∼14만원.
1983년 초연된 '블러드 브라더스'는 '캣츠'와 함께 1980년대 초반 영국 최고 뮤지컬로 꼽히며 화려하게 꽃을 피운 작품이다. 1인극 '셜리 발렌타인' 작가로 유명한 윌리 러셀의 원작은 영국 계급사회의 갈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1960년대 리버풀, 이란성 쌍둥이를 임신한 가난한 여인 존스턴 부인은 두 아이를 다 키울 자신이 없어 한 아이만 부잣집으로 입양을 보낸다. 운명은 두 아이를 마주하게 하고, 결국 극과 극의 신분 격차는 서로를 파국으로 몰고간다.
극단 학전은 이 줄거리를 국내 상황에 맞게 각색해 1998년 '의형제'라는 타이틀을 붙여 뮤지컬로 제작, 선풍적인 인기를 얻기도 했다. 이번엔 원작을 그대로 살려 영국 시대극으로 무대에 올린다. 영화, 드라마로 대중스타가 된 조정석이 쌍둥이 중 가난에 묻혀 살다 극한의 범죄를 저지르는 미키 역을 맡는다. 조정석이 뮤지컬 무대에 서는 건 3년 만이다. 미키 역은 송창의와 더블캐스팅이다. 작품 성격상 소극장에 제격인 이 뮤지컬이 대극장 버전으로 어떻게 알맹이를 채울지가 관건. 공연은 27일부터 9월 14일까지 서울 동숭동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 5만5000∼11만원.
배우 진 켈리가 우산을 접고 빗속에서 춤을 추는 장면으로 유명한 영화 '싱잉 인 더 레인'의 동명 뮤지컬 역시 1980년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됐다. 1920년대 클리프 에드워즈가 불렀던 노래로 1950년대 만든 뮤지컬 영화가 원작이니 명실상부한 '고전'이다. 극 속 배경은 1920년대 할리우드. 연극배우 지망생 캐시, 인기 영화배우 돈 록우드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스토리는 흘러간 옛이야기지만 출연진은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가수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 외형으로 보면 가장 젊은 뮤지컬로 느껴진다. 제이(트랙스), 규현(슈퍼주니어), 백현(엑소), 써니(소녀시대), 선데이(천상지희)가 나온다. 물론 방진의, 최수진 등 전문 뮤지컬 배우도 있다. 소녀팬이 강한 그룹 '엑소' 멤버 백현 공연은 티켓 오픈 3분 만에 매진됐다. 아이돌 비중이 높은 만큼, 아이돌의 뮤지컬 소화력이 관건이다. 제작진은 1막 중간 4∼5분 분량의 폭우 장면을 위해 물 1만5000L를 투입한다. 극장 측은 이를 위해 배수, 방수 시설 공사까지 했다. 공연은 5일부터 8월 3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 6만∼13만원.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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