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술표준원(기표원)이 '화장지 안전.품질표시기준' 개정을 통해 형광증백제 표기 의무화를 추진하면서다.
이에 관련 업체들은 형광증백제(종이를 하얗게 보이도록 하는 물질)의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개정안이 마련될 경우, 소비자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10일 위생용지업계에 따르면 유한킴벌리와 깨끗한나라 등 국내 화장지 업체들은 최근 기표원과 실무협의를 개최, 형광증백제 표기 의무화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현행 '화장지 안전.품질표시기준'이 '자원재활용 원료를 사용한 제품'이란 표기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만큼, 형광증백제 추가표시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한 것. 실제 재생원료를 사용한 화장지에는 '본 제품은 화장실용으로만 사용하시고, 식당이나 가정 등에서 냅킨용도로 사용하지 마세요'란 문구가 이미 게재되어 있다.
한 제지업계 관계자는 "일부 화장실용 화장지의 경우 자원재활용 촉진법에 따라 복사용지(A4용지) 등을 원료로 만들어진다"며 "이 재생원료 자체에 존재하는 형광물질이 원료 세척과정에서 모두 제거되지 않아 일부 나타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복사용지에 사용되는 형광증백제는 안전성이 이미 확인되어 각종 인쇄물은 물론 피부에 직접 닿는 셔츠나 속옷 등에도 사용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앞서 한국소비자원도 지난 1995년 '화장지류의 안전성에 대한 조사 결과'란 정책보고서를 통해 형광증백제가 무독성에 가까운 안전한 물질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약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일부 소비자단체와 미디어, 그리고 관계 당국을 통해 '형광증백제 화장실용 화장지' 논란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제지업계 관계자는 "담당 공무원이 바뀔 때마다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이번에도 바뀐 기표원 담당자가 올 초 일부 소비자단체가 제기한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관련 업계는 정책 간 이슈 충돌이 각 업체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규제 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실제 정부 조달청의 '공공조달 최소녹색기준제품 구매 가이드라인'에서는 화장실용 화장지 기준을 100% 재생원료로 제한하고 있다. 즉, 자원 재활용과 형광증백제 이슈가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제지연합회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펄프 원료를 자급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다"라며 "재생원료 사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형광증백제 표기 의무화는 해당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만 조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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