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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 또다른 세월호, 노후시설] (中) 연립·상가 3채중 1채 35년 이상.. 화재·지진에 무방비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6.11 17:12

수정 2014.06.11 17:12

[우리사회 또다른 세월호, 노후시설] (中) 연립·상가 3채중 1채 35년 이상.. 화재·지진에 무방비

#.1 지난 2013년 5월 25일 오후 1시께 서울 상도동에서 지상 3층짜리 소형 상가건물이 순식간에 붕괴됐다. 1966년 지어져 여관, 분식집, 떡집 등으로 쓰이던 건물로, 45명이 거주하고 있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2 2011년 10월 6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에서 연립주택 외벽이 무너져 18가구가 황급히 대피했다. 이 연립주택은 1990년 지어진 건물로, 이날 밤 주민들은 굉음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최근 수도권의 다세대주택, 연립주택, 소형상가 등에서 발생한 굵직한 사고들이다. 두 사고 모두 인명사고는 없었지만 사고 규모나 위험성면에서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주택산업연구원 김태섭 박사는 "세월호 참사 이후 온 국민들이 안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지만 정작 다세대.다가구주택, 연립주택, 소형상가건물 등 소규모 건축물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너무 관대한 것 같다"며 "국민 대부분이 이 같은 건축물에 거주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도, 정부도, 학계도 문제점조차 못 느낀다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노후 다세대주택 어떻게 하나

11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전국에서 20년 이상 된 건축물은 366만9000개에 달한다.

30년 이상 건축물만 해도 235만7000가구, 특히 35년이 넘은 건축물은 192만2000개에 달한다. 전국 건축물이 685만1000개인 점을 감안할 때 건물 3개 중 1개는 35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이라는 것이다.

주거환경연합 김상필 사무국장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다세대.다가구주택이 산재해 있는데 나중에 큰 재앙이 될 수 있다. 이들 주택 대부분이 1990년께 각종 규제를 완화했던 당시 날림으로 지어진 것들이어서 붕괴 위험도 높다"고 전했다.

김 국장이 지적하는 것은 우선 다세대.다가구주택이 건립 20년을 넘기면서 지진 등 외부 충격으로 인한 붕괴, 화재 위험에 취약해 자칫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쉽다는 점이다.

김 국장은 "다세대 주택이 많이 지어지던 1990년대에는 시멘트와 모래 파동이 있었다"며 "이때 품질이 떨어지는 저가의 중국산 자재가 대거 들어왔고 다세대.다가구 주택 건축 때 많이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지상 4층짜리 건축물을 올리는 데 불과 6주면 충분할 정도로 날림공사가 많았다"며 "가뜩이나 중국산 시멘트에 바닷모래 등 건축자재가 좋지 않은 데다 일명 십장이라 불리는 무면허 건축업자들이 날림공사를 하는 사례가 많아 건물 구조가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콘크리트 구조물에 바닷모래를 사용하면 세척단계를 거쳐도 염분이 포함돼 있어 구조물 밀도를 떨어뜨리고 내부에서 갈라짐 현상이 발생, 갈라진 틈으로 공기가 유입되면 철근 산화가 가속화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다세대주택 등 공급 방식은 건축업자가 토지주에게 집을 공짜로 지어주고 아래층에 위치한 상가의 임대보증금으로 건축비를 회수하는 것이었다"며 "이 때문에 건축업자들은 조금이라도 이익을 많이 남기기 위해 시멘트, 모래, 자갈, 철근 등에서 저렴한 자재를 사용하는 게 다반사였다"고 지적했다.

■화재 등 발생 땐 도미노 피해

문제는 이들 주택이 당장 붕괴되지 않더라도 화재나 지진 등 외부 충격에 너무 취약하다는 점이다. 김 국장은 "이들 다세대주택 등 소규모 건축물은 건축소재로 난연재나 불연재를 쓰지 않았다"며 "특히 정부가 건축경계선 규제 등 관련 규제를 완화, 건축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화재가 나면 연쇄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시 정부는 주택공급을 단기간에 늘리기 위해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를 조성하고 수도권에는 건축경계선, 사선제한 등 규제를 예외시켜 줬다. 이 때문에 당시 지어진 건축물은 심한 경우 50㎝도 안 떨어져 벽을 맞대고 건립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한 집에서 화재가 나면 옆집도 화재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주차장 규제도 없어 다세대주택 등에 사는 거주민들의 차량이 모두 주택가 골목길에 주차돼 있어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한 점도 대형사고로 키울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최근 빈발하는 지진 역시 복병이다. 당시 소규모 노후 건축물은 내진 설계가 전혀 반영돼 있지 않아서다. 실제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지난해 말 서울시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내 다세대 주택 등 소규모 건축물의 내진설계 적용률은 불과 1.5%에 그쳤다.

김 국장은 "건축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다 부실 건축자재를 사용하고 내진설계도 전혀 적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진이나 화재가 발생하면 자칫 도미노처럼 해당 지역 전체가 상상도 못할 피해를 볼 수 있다"며 "하루빨리 다세대주택 등 소규모 건축물 밀집지에 대한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 지원 없인 주거개선 안돼

하지만 앞서 주산연 김 박사가 언급한 대로 다세대주택 등 소규모 건축물 밀집지에 대한 도심재정비사업은 해당 주민도, 지자체도, 정부도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김 국장은 "서울시와 정부가 단독주택 밀집지역에서 재정비사업을 할 때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하도록 제도를 바꾸는 바람에 사실상 주거환경 개선은 올스톱 됐다"고 말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가로, 세로 규모가 1만㎡ 이하이고 6m 이상 도로를 모두 접하고 있어야 개발할 수 있는 방식이다. 건축물도 지상 7층 이하로만 짓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국장은 "이 조건에 부합하는 곳은 서울에서 10곳도 안되는데다 주어진 용적률도 다 못 쓰기 때문에 사업을 할 수가 없다"며 "서울시가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3년 전부터 시범사업을 하겠다고 했지만 단 한 곳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게 이유"라고 전했다.

재개발을 하려 해도 주택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워낙 많은 가구가 밀집해 있어 사업성을 맞출 수 없기 때문에 해법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김 국장은 "어느 구역을 잘라 재개발을 통해 아파트로 공급하려 해도 조합원이 너무 많아 조합원 절반 이상이 아파트를 배정받지 못하고 아파트를 배정받는 조합원의 추가분담금 역시 늘어나 사업성이 안나온다"며 "차라리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SH공사 등이 건축비용을 장기 저리로 빌려주고 규제가 덜한 7층 이하 연립주택이나 빌라 등을 지어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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