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는 12일 휘어지고 힘의 세기까지 측정이 가능한 투명한 촉각센서를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투명할 뿐 아니라 두께가 머리카락보다 가는 50㎛수준으로 유연성이 좋아 아무데나 쉽게 붙일 수 있는 특징이 있다.
ETRI는 이 기술이 투명한 필름 내에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이 지나가는 길을 만들고, 필름 외부에서 접촉이 가해지면 빛이 지나가는 경로가 바뀌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투명한 비닐(플라스틱)의 표면 위나 아래가 아닌 얇은 두께 방향으로 빛이 들어가기 때문에 휘더라도 빛이 외부로 새나가지 않으며, 비닐 밖에서 힘을 가할 경우 지나던 빛이 다른 방향으로 지나가게 되며 이러한 빛의 변화를 비닐의 끝에서 측정한다고 설명했다. 이때 빛은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을 사용한다.
ETRI가 개발한 촉각센서는 실제 투명한 비닐처럼 접촉부위에 전기전자적 요소가 전혀 없다. 따라서 센서를 구부리거나 비틀더라도 신호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특정부위를 누를 경우에만 반응하되 볼펜심 수준의 반지름 1.5㎜ 막대에 감긴 상태에서도 정상 동작하며, 심지어 물속에서도 이상 없이 반응한다. 여러 점을 동시에 손가락으로 누를 때도 누르는 위치와 힘의 세기를 동시에 측정하는 멀티터치 인식도 가능하다. 또 센서가 얇은 비닐처럼 유연한 덕분에 딱딱하거나 무른 곳 어디에도 부착하여 동작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부드러운 곡면에도 쉽게 부착될 수 있으며 피부에 직접 부착하는 것도 가능하다.
개발된 센서는 굽힘 조건에도 안정할 뿐 아니라 얇은 두께와 90%의 광투과도를 가지므로 휘거나 둘둘 말 수 있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기기의 터치스크린으로 사용되기에 매우 적합하다. 또 착용하거나 입을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에 부착하기에도 용이해 로봇 등에 부착할 경우'인공피부'와 같은 센서로서 활용도 가능하다. ETRI 연구진은 이 기술을 로봇에 적용할 경우 표면의 특성까지 느끼면서 섬세한 힘 조절이 가능한 로봇 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재의 스마트폰에도 적용도 가능하다. 기존 스마트폰의 경우 단순히 터치감만 인식이 됐지만 향후 ETRI의 기술로 힘 인식까지 함께 되어 쌍기역(ㄲ) 과 같은 복합자음 입력시 힘의 세기로 선택이 가능하고, 붓으로 그리듯 필체 인식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기술을 게임에 적용할 경우, 실제와 같이 브레이크를 밟는 장면이나 가속기를 밟을때 세기조절이 가능하고, 두드리는 세기에 따라 소리의 크기가 달라지는 악기 연주에도 응용이 가능하다. ETRI는 이 기술을 디스플레이관련 업체나 필름형 압력센서 관련 업체 등에 기술이전 한다는 계획이며, 산업체와 협력을 통해 향후 2년내 상용화를 기대하고 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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