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상의 잊혀질 권리 행사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6일 서울 삼성동 한국인터넷기업협회에서 열린 '정보삭제 권리와 인터넷 검색 기업의 역할 토론회'에 참석한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인정보보호법제의 원초적 성격과 구글 스페인 판결평석에 대해 발표하며 "잊혀질 권리는 구체적으로 무엇이 잊혀져야 하는가 하는 정의가 없다"며 "자칫하면 이는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3일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시효가 지났거나 부적절한 정보로 연결되는 검색서비스 링크에 대하여 사용자는 인터넷 검색서비스 제공 기업에게 이를 삭제하도록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려 인터넷 검색 기업에 개인 관련정보의 삭제 의무가 발생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이번 토론회에서 잊혀질 권리가 국내에 미칠 영향과 함께 이 같은 판결이 우리나라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 및 관련 법제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줄지에 대해 논의했다.
박 교수는 "잊혀질 권리는 개인정보의 가치를 공익적 가치보다 우선 한 것이기에 극단적으로는 어떤 교수가 김구에 대해 논문을 쓰는 것도 동의를 얻어야만 가능해질 수 있다"며 "일각에서는 구글 스페인 결정은 검색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잊혀질 권리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기 앞서 개인정보 보호와 프라이버시(사생활) 보호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개인정보는 프라이버시보다 넓은 개념"이라며 "프라이버시는 사생활 비밀 등 본인이 공개하지 않은 영역을 말하지만 개인정보는 여기에다 공개된 정보까지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잊혀질 권리가 말하는 건 프라이버시가 아닌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대중의 알권리가 충분히 침해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날 토론회에서는 잊혀질 권리가 긍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다만 토론회 참석자들은 잊혀질 권리의 긍정적 영향을 인정한다 해도 우리나라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적용 방향에 대해 법적, 문화적 측면에서 충분한 논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발제자로 박경신 교수 외에 구본권 한겨레 신문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을 비롯해 토론자로 문재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광배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박영우 한국인터넷진흥원 개인정보보호팀장, 김유향 국회입법조사처 미래방송통신팀장, 이만재 서울대 융합기술원 교수가 참석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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