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템퍼러리 브랜드는 '트렌드를 선도하면서 기존 명품보다 가격대는 낮지만 일반 브랜드보다 개성 있고 고급스러운 브랜드'를 아우르는 패션업계 용어다. 고가의 식상한 디자인의 고전적 브랜드와 달리 개성있고 세련되면서도 저렴하다는 특성이 트렌디한 감성 및 합리적인 소비 패턴을 추구하는 젊은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잡아끈 것이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컨템퍼러리 브랜드의 약진은 한국에서 '3초백'으로 불리던 루이비통의 아성도 밀어낼 만큼 괄목할 만하다고 소개했다. 길을 걷다가 '3초에 한 번' 꼴로 루이비통 핸드백 소지자를 볼 수 있을 만큼 루이비통 핸드백 소지자가 흔하다는 뜻에서 생긴 별칭이다. 이같은 별명이 생긴 이유를 감안하면 필연적인 결과이지만 FT는 패션에 민감한 젊은 소비자들이 과거 스스로를 돋보이게 하려는 수단으로 루이비통백을 골랐다면 최근엔 알렉산더 왕의 1000달러(약 102만원)짜리 핸드백을 고른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영컨설팅업체 배인앤컴퍼니의 송지혜 파트너는 "샤넬과 에르메스 등 초고가 명품은 여전히 강한 매출을 보이고 있지만 일부 유명 명품업체들은 컨템퍼러리 브랜드를 선호하는 고객이 늘면서 트렌드를 좇는데 애를 먹고 있다"며 "한국 명품시장이 중요한 전환를 맞았다"고 말했다.
사치품을 보다 알뜰하게 구매하려는 한국 소비자들의 소비 습관도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대다수 한국 소비자들이 명품을 백화점 및 명품관 등에서 정가를 주고 구매하기 보다는 온라인 및 아웃렛을 통해 할인된 가격에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방재원 롯데백화점 선임상품기획자(CMD)는 "젊은층 다수가 온라인 쇼핑이나 아웃렛을 통해 가치 소비(value consumption) 하기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한국 소비자들의 이같은 가치 소비 추세는 한국 백화점 명품 매출 동향에 반영됐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지난 2011년 32%에 달했던 명품 판매 증가율이 지난해 4%로 급감했고, 이 기간 롯데백화점에서도 21.3%에서 7.8%로 쪼그라들었다. 이 과정에서 페레가모가 갤러리아 백화점 리뉴얼 과정에서 매장을 철수했고,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자진철수한지 1년만에 재론칭한 발리도 매장수를 13곳에서 2곳으로 재편했다.
FT는 한국 명품시장에 진출한 대다수 명품 브랜드들의 경우 여전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면서도 일부 고전적 브랜드의 경우 최근 수년간 거둔 매출신장세에 비해 최근 실적 둔화세 및 수익 악화가 두드러졌다고 지적했다. 한국 버버리의 경우 지난 2013년 3월까지 12개월간 매출이 5.2%, 영업이익이 40% 급감했다. 지난해 크리스찬 디올 및 롱샴도 한국 시장에서 영업 손실을 기록했으며 한국 멀버리도 수익부진을 이유로 경고를 받기도 했다. nol317@fnnews.com 김유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