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효진씨(가명)는 출근길에 서울 삼성역 인근의 한 빵집에서 '전복죽'을 먹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신씨는 "원래 빵보다 밥을 좋아하는 편인데 베이커리에서 죽을 먹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불황으로 소비자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 자영자들이 매장 공간을 바꾸거나 이색상품을 내놓는 등 자구 노력에 힘쓰고 있다.
신씨가 방문한 매장은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와 전통 떡 프랜차이즈 빚은이 합쳐진 경우다. 이 매장을 운영하는 김응수 점주는 "2012년 12월에 기존 파리바게뜨 매장을 리모델링해 빚은을 새로 입점시켰다"며 "처음에는 빵 매출이 줄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떡과 빵의 성수기가 서로 달라 오히려 매출이 15%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돈되면 이업종 간 협업 '활기'
23일 세계 맥주 전문 프랜차이즈인 와바 서울 여의도역점에는 점심을 이용해 뷔페를 이용하는 직장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원래는 저녁에만 운영하는 술집이었으나 재료비와 임대료 인상 등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점심 영업을 시작했다.
이 매장 이상탁 매니저는 "점심 매출은 적게는 80만원에서 많게는 160만원 정도에 달한다"며 "이는 저녁 매출의 절반가량"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여의도 일대를 중심으로 낮에는 직장인의 수면실로 변하는 노래방 혹은 술집도 등장했다. 업주들은 영업을 하지 않는 낮 시간을 이용해 5000원 정도에 커피 한 잔과 함께 술집 공간을 수면실로 제공한다. 박모씨는 회사 근처에 있는 편의점 미니스톱에서 냉동 삼겹살을 파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미니스톱 관계자는 "여의도공원처럼 인근에 유원지가 있거나 근처에 정육점이 없는 일부 주택가를 중심으로 틈새고객을 노려 약 250개 점포에서 삼겹살을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편의점 CU는 스마트폰에 CU멤버십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고객이 매장에 들어서면 즉석 할인쿠폰을 발급해 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또 서울 소공동에서 해당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자비를 들여 편의점 내에 무료 와이파이를 설치했다.
■이색상품으로 고객 사로잡아
신세계 백화점은 지난 18일부터 본점과 SSG푸드마켓 서울 청담점 두 곳에서 업계 최초로 선보인 껍질째 먹는 수박인 '애플수박' 1차 물량을 모두 팔아치웠다. 백화점 관계자는 "소량이지만 1차 입고물량 수백통은 이미 매진됐다"며 "고객의 반응이 좋아 이달 말 2차 입고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애플수박은 일반 수박에 비해 크기가 작지만 당도가 13브릭스로 일반 수박(12~13브릭스)보다 높은 편이다. 오이와 식감이 비슷한 껍질도 먹을 수 있어 추가적인 영양 섭취는 물론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롯데주류는 지난 17일 얼려 먹는 소주인 '처음처럼 순한 쿨'을 출시하고 판매에 들어갔다. 기존 팩이나 병 형태에 비해 가볍고 휴대가 간편해 야외활동 등에 적합하다. 광동제약은 지난 5월 '얼려먹는 비타500'을 새로 출시했고, 한국 야쿠르트도 '얼려먹는 세븐' 신제품을 내놨다. 또 CJ제일제당이 선보인 얼려 먹는 디저트 '프로즌 푸딩'과 농심이 출시한 얼려 먹는 스낵인 '스노우맨' 역시 올여름을 겨냥한 대표 상품이다. 편의점 GS25는 지난 20일부터 글로벌 청과회사인 돌과 함께 냉동 파인애플, 냉동 망고 스틱을 판매하고 있다.
문병준 경희대 경영대 교수는 "최근 세월호 여파 등으로 소비자의 소비여력이 줄어들면서 유통가와 자영업자들이 제품 및 영업방식 다변화를 통해 수익 확대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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