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국 장수기업 DNA를 찾아서] (1) 황무지에서 한우물 판 기업들, 100년 장수 꿈꾼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6.23 18:16

수정 2014.06.23 18:16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기업은 어디일까. 일본의 곤고구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백제인이 일본에 건너가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건축회사 곤고구미는 14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녔다. 일본은 2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기업이 5000개에 달하고 100년 이상된 기업은 수만개에 이른다. 독일은 또 어떤가. 작지만 강한 히든챔피언이 즐비한 독일은 국내에서 추구하는 중소기업 육성의 모범답안으로 불린다. 이에 비해 국내는 100년의 역사를 지닌 기업이 두산, 동화약품을 비롯한 6개사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중소·중견기업이 아닌 대기업 일색이다.
해외에서는 100년 이상의 기업을 장수기업이라고 일컫지만 국내 중소·중견기업은 30년만 버텨도 장수기업이라는 타이틀이 주어지는 것이 그 방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국내 장수기업들이 중소·중견기업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미래다. 파이낸셜뉴스는 대한민국의 100년을 이끌어 갈 장수기업을 소개하고 이들 기업의 경쟁력을 분석하는 시리즈를 통해 국내 중견·중소기업에 장수기업으로 가는 해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세계 장수기업 세기를 뛰어넘은 성공'의 저자 윌리엄 오하라는 한 세대를 30년으로 정의하고 기업들이 1세대가 끝날 때 2세대까지 생존하는 비율이 3분의 1에 불과하고 또 그중 12%만이 3세대까지 살아남는다고 설명했다. 4세대에 가면 3세대 생존기업의 3~4%만이 존재하게 된다. 100년 이상 장수하는 기업이 그만큼 적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광복 이후 이어진 전쟁으로 기업의 태동기가 다른 국가보다 늦은 국내에도 이미 2세대를 넘어 3세대로 가는 기업이 존재한다. 이들 기업은 사회 변화에 대한 빠른 적응력으로 창업했고 한 우물을 파되 시기에 맞는 변화를 꾀하며 업종 대표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에서 미래를 읽다

밀폐용기 분야의 강자인 락앤락의 기술은 이제 글로벌 기업마저 벤치마킹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전까지 실(seal) 중심의 끼워맞추던 밀폐용기 뚜껑은 1998년 락앤락이 4면 결착 밀폐용기를 출시하면서 한 단계 기술의 진보를 이뤄냈다. 1978년 유통회사로 시작해 일본과의 기술제휴로 제조업에 진출한 락앤락은 세계 밀폐용기 기술에 한 획을 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목재 전문기업인 동화그룹도 1948년 설립해 초창기 20년 가까이 원목 수입과 제재에 집중하면서 시장의 변화를 읽었다. 전후 건설 붐으로 기초자재인 제재목 수요를 예측해 원목 수입에 비중을 두었다면 건설 붐이 한창이던 1970년대에는 실내건축 수요를 예측했다. 1975년 주방가구 자재인 파티클보드공장을 설립한 데 이어 잇달아 중밀도섬유판 공장을 설립하며 실내 건축시장의 성장에 대비했다.

서울 성수동의 작은 침대공업사로 시작한 에이스침대는 현재 침대의 대명사로 통한다. 침대가 흔치 않던 1963년 한국인의 침실문화 변화를 예측하고 이를 대비한 에이스침대. 오늘의 에이스침대는 미래를 보는 창업주의 혜안이 장수기업의 토대가 됐다.

최근 매출 1조클럽 가입으로 화제가 된 한샘 역시 40년 전 주방가구시장의 성장성을 미리 내다봤다. 이후 주거문화 변화에 따라 가정용 가구 전반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소품부터 주방용품까지 입점할 수 있는 원스톱 플래그십 설립 등으로 가구회사 중 최초의 1조클럽 가입회사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한우물 전략으로 1위기업 도약

행남자기와 한국도자기는 국내 도자기시장의 양대 산맥이다. 나란히 오랜 역사를 지닌 이들은 식기 국산화를 목표로 경쟁을 펼치며 한국의 식기를 세계에 알린 일등공신이다. 이들 기업은 창업주에서 2세로 경영자가 바뀌어도 도자기 한 길만 고집했다. 다만 1세대가 식기 국산화와 국산식기 보급에 집중했다면 2세 경영자는 창업주부터 이어진 경쟁력을 해외에 알리며 수출시장을 개척했다는 차이가 있다.

제습기를 비롯해 공기청정기, 에어워셔 스파클링메이커, 정수기 등을 제조하는 위닉스 역시 한 우물을 판 기업이다. 삼성전자의 협력사로 열교환기를 납품하는 부품업체였던 위닉스는 열교환기를 적용한 기술을 기반으로 한 완제품을 선보였으며 이후 제습기시장의 개척자로 불리게 됐다.


1978년 설립된 신한다이아몬드공업은 국가산업단지인 남동공단에서도 오랜 역사를 지닌 기업으로 꼽힌다. 국내 다이아몬드 공구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이 회사는 30여년의 기술개발이 집약되면서 최근 4년간 매출 43% 시장이라는 경이적인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중소 제조업의 평균 업력이 10.8년, 중견기업이 22.4년에 불과한 국내에서 미래를 내다보고 한 우물을 파며 창업주의 이념을 따르되 2~3세가 발전시켜온 이들 강소 장수기업은 독일과 일본의 장수기업을 벤치마킹할 수 있는 희망의 끈이다. yhh1209@fnnews.com 유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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