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대한민국 빛과 소금,공복들] (21) ‘날씨·물·외로움’ 근무여건 최악..독도 지키는 대한의 아들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6.25 17:34

수정 2014.06.25 17:34

대한민국 '국토의 막내섬' 독도를 지키는 독도경비대원들은 본연의 임무인 '영토지킴이' 외에도 독도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독도안내와 안전을 지키는 또 하나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경북 울릉군 독도에서 경북지방경찰청 소속 독도경비대원들이 빈틈없는 영토수호를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대한민국 '국토의 막내섬' 독도를 지키는 독도경비대원들은 본연의 임무인 '영토지킴이' 외에도 독도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독도안내와 안전을 지키는 또 하나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경북 울릉군 독도에서 경북지방경찰청 소속 독도경비대원들이 빈틈없는 영토수호를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국민들의 애정과 많은 역사의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토의 애달픈 막내섬 독도. 외관상으로만 보면 자그마한 바위섬에 불과하지만 독도는 한민족의 정신적인 지주요 지정학적인 요충지이며 미래 해양산업의 중심지라는 점에서 중차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독도지킴이들의 숨은 공로는 더욱 조명받아 마땅하다. 파이낸셜뉴스는 창간 14주년을 맞아 여름엔 따가운 햇빛 한 줄기를 막을 수 있는 그늘을, 겨울엔 살을 에는 바람 한 가닥을 막을 수 있는 시설물 하나 없는 삭막한 바위섬에서 하루 24시간을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국토지킴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경북지방경찰청 독도경비대원들의 하루를 밀착 취재했다.

【 독도(경북)=윤경현 기자】 지난 18일 오전 7시30분께 기자가 울릉도 사동항을 출발한 지 두 시간 가까이 지나자 대한민국 국토의 막내섬 독도가 한눈에 들어왔다.
잠시 후 선장이 "바다날씨가 좋아 독도 접안이 가능하겠다"고 말했다.

'우리 땅' 독도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서울에서 강릉을 거쳐 울릉도까지는 일사천리였지만 독도에 들어가는 것은 '운'에 맡겨야 할 정도다. 기자가 지난 16일 처음 독도 입도를 시도했지만 독도 앞바다에 너울성 파도가 심해 배를 선착장에 댈 수가 없었다. 이튿날에는 독도로 가는 도중 배가 고장나 30여분 만에 울릉도로 회항해야 했다. 그리고 삼세번 만인 18일 입도에 성공해 '독도지킴이'인 경북지방경찰청 독도경비대를 만날 수 있었다.

■'세 번 울리는' 국토의 애달픈 막내섬

동도의 선착장으로 들어서자 제일 먼저 이광섭 독도경비대장(52·경감)과 경비대원들이 밝은 표정으로 맞아주었다. 관광객을 맞이하는 일은 이 대장에게 독도를 지키는 것 다음으로 중요하다. 독도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우리 땅의 소중함을 느끼도록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통제가 잘 안돼 안전사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 대장은 "독도 방문객들은 '세 번 운다'는 말이 있다"고 전했다."파도가 심해 배멀미로 울고 독도 땅을 밟으면서 감격에 겨워서 울고, 떠날 때 자식 같은 경비대원들의 얼굴을 보고 또 한 번 운다"는 것이다.

김주원 상경(20)은 "관광객들이 20분 남짓 짧은 시간을 머무르지만 대원들 모두가 작가와 모델로 변신해 관광객들을 대한다"며 "지난해에는 하루에 평균 8척이 들어왔는데 '세월호' 참사 때문인지 올해는 4척 정도로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김 상경은 "관광객들이 '수고한다' '고맙다'고 격려해 줄때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선착장에서 경비대 건물이 있는 정상까지는 300여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시간은 10분이 채 안 걸리지만 경사가 가팔라 다리가 뻐근하고 땀이 비오듯 흘렀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니 마음이 울컥했다. 경비대원들도 모두 처음 독도에 와서 같은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대한민국 빛과 소금,공복들] (21) ‘날씨·물·외로움’ 근무여건 최악..독도 지키는 대한의 아들


■근무여건 최악…"그래도 우리 손에"

독도경비대의 경계근무는 주·야간으로 구분해 이뤄진다. 주간에는 3곳에 각 1명씩, 야간에는 2곳에 각 2명씩 24시간 근무가 이어진다. 얼핏 보면 근무여건이 나쁘지 않은 듯 보였다. 하지만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가만히 서있는 데도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경계근무를 서는 대원들에게는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빛을 피할 방도가 없었다. 독도에는 그늘을 만들어줄 나무가 한 그루도 없기 때문이다. 겨울도 마찬가지다. 상상을 초월할 만큼 바람이 매섭게 불어도 숨을 공간이 전무하다.

근무자 원동욱 상경(23)은 "처음에는 선크림을 열심히 발랐는데 땀이 흘러서 금방 지워져 이제는 선크림 바르는 것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원 상경은 "하루 8시간 경계근무를 서는데 개인적으로는 여름이 나은 것 같다"며 "겨울에는 차가운 바람을 온몸으로 맞아야 하기 때문에 옷을 여덟 겹, 아홉 겹씩 껴입어도 바람에 살이 에일 정도"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정상에 서서 사방을 한참 동안 내려다봤지만 멀리서 어선 몇 척이 지나간 것을 제외하고 바다는 조용했다. 이 대장은 "레이더로 보면 일본 순시선이 사나흘에 한 번씩 영해선을 따라 돌기는 하는데 우리 영해를 침범하지는 않는다"며 "아무 일이 생기지 않는 게 최고로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독도경비대는 자체 디젤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고 바닷물을 담수시켜 먹는 물, 씻는 물을 공급한다. 하지만 늘 부족한 전기와 물이 경비대원들을 괴롭힌다. 발전기를 책임지고 있는 김경식 상경은 "하루 6∼7t 정도의 물을 쓰는데 아껴 써야 하기 때문에 샤워는 하루에 한 번만 하도록 하고 있다"며 "특히 겨울에는 거친 파도로 인해 해수펌프가 고장나 물이 안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럴 때는 시쳇말로 애가 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파도가 높으면 배수펌프 수리작업도 엄청나게 위험하다"며 "지난 겨울에는 사흘 동안 세수와 양치질만 하고 산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외로움이 최대의 적… SNS로 해소

이 대장이 가장 신경 쓰는 것 중의 하나는 젊은 대원들과의 소통이다. '갇혀 있다'는 기분이 들어 힘들어한단다. 관광객이 들어오지 않는 겨울에는 더욱 외로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곳은 가족들이 면회를 오기도 쉽지 않고 가족이나 애인이 과자 등 간식거리를 보내도 울릉도까지만 들어올 뿐 독도로는 전달이 되지 않는다.

대구 출신인 원동욱 상경은 "거리상으로는 멀지 않지만 버스와 배를 번갈아 타야 하기 때문에 마음먹고 오지 않는 이상 힘든 여정"이라며 "한 번 면회를 오는 데 최소한 60만∼70만원이 들어 금전적인 부담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이 대장은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각종 장비의 이상 유무를 파악하고 대원들의 건강과 심리상태를 체크한다"며 "정기적인 상담을 통해 대원들이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날에는 후임들과 수박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고 오늘은 선임들과 참외파티를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부모님들에게 대원의 소식을 전하는 '신세대 대장'이다. 그는 스마트폰을 꺼내보이며 "카톡을 통해 거의 매일 사진과 글을 올리는데 대부분의 부모님이 가입돼 있다"고 말했다. 이 대장은 "오는 7월 말이면 독도를 떠나 울릉도도 나가지만 12월에 다시 독도로 들어올 예정"이라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족과 함께'가 아닌 '독도와 함께' 연말연시를 보내게 됐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이광섭 독도경비대 대장/경감
이광섭 독도경비대 대장/경감

■독도경비대는

【 독도(경북)=윤경현 기자】 경찰은 지난 1953년 독도순라반 운영을 시작으로 지난 60여년간 우리 땅의 동쪽 끝 '독도'를 지켜왔다. 1954년 경비초사를 건립해 상주경비에 들어갔고 1993년에는 인근 해상을 감시하기 위한 레이더기지를 만들었다. 1개 소대 규모의 병력이 독도경비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일본 순시선 등 외부세력의 침범에 대비해 첨단 과학장비를 이용, 24시간 해안경계를 하고 있다.

독도경비대는 동도와 서도 가운데 전체 면적 7만3297㎡, 높이 98.6m인 동도(이사부길)에 자리 잡고 있으며 헬기장과 등대, 접안시설 등도 동도에 마련돼 있다. 총면적 8만8639㎡, 높이 168.5m의 서도(안용복길)에는 어민숙소와 함께 독도 이장인 김성도 김신열 부부가 1991년부터 거주하고 있다.

독도경비대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오고 싶다고 해서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비대장부터 의경까지 치열한 경쟁을 거쳐서 이곳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전국에서 7명의 의경을 모집하는데 경쟁률이 10대 1을 훌쩍 넘는다. 미국.호주에서 유학을 하다 병역 의무를 다하기 위해 독도경비대를 선택한 대원도 있다. 이광섭 독도경비대장은 "서류심사, 체력시험, 면접을 거쳐 의경을 선발하는데 인성과 건강을 제일 중요하게 본다"며 "사명감이나 책임감 없이는 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비대원들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는 정의찬 상경(21)은 12대 1의 경쟁을 뚫고 지난해 3월 입대했다. 건국대 사학과 1학년을 마치고 온 정 상경은 "어차피 한 번은 가야 하는 군대라면 남들이 가지 않는 특별한 곳에서, 의미 있는 땅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생각에 독도경비대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에 들어온 김경식 상경(21)은 "일본과의 마찰이 많은 곳이라 평소 독도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의경에 지원할 당시 독도경비대 지원란이 있어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독도에 들어와보겠나' 싶어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직업경찰도 마찬가지다. 결혼 15년차인 남승호 부대장(41.경위)은 2010년 6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아프가니스탄에 재건지원단(PRT)으로 갔다 왔다. 이후 부산 해운대경찰서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9월 독도경비대로 자원해 옮겼다. 그는 "누군가는 해야 하는 것이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하고 싶은 것 아니냐"며 "가족들이 응원해줘서 마음 놓고 지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독도경비대는 50일을 독도에서 근무하고 150일은 울릉도에서 각종 훈련과 함께 해안경계근무를 맡는다. 들어올 때 50일치의 먹거리를 모두 가져와야 한다. 이 대장이 이끄는 경비대는 지난 9일 임무를 시작했는데 쌀 800㎏, 소.닭.돼지고기 300㎏, 취사용 액화석유가스(LPG) 20통 등을 가져왔다.

이 대장은 "지난 겨울에는 날씨가 좋지 않아 배가 들어오지 못하는 바람에 60일이나 머물렀다"고 말했다.

정의찬 상경은 "채소 등 상하는 것들을 먼저 먹고 고기 등은 냉동을 시켜뒀다가 천천히 먹는다"며 "겨울에는 채소를 먹을 수 있는 날이 20일 정도에 불과해 균형 잡힌 식사를 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대장은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울릉도의 물가가 육지에 비해 훨씬 비싼 탓에 넉넉하게 준비하기가 힘들다"면서 "20대 초반의 한창때인 대원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blue7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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