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스코틀랜드 독립할까

박경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6.26 17:08

수정 2014.06.26 17:08

[fn논단] 스코틀랜드 독립할까

"이번 투표는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몇 년을 기다려 바꿀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뿐만 아니라 손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거입니다. 독립하면 독립 지지자들이 저를 여기에서 쫓아내려 하겠지만 저는 여기서 살겠습니다."

해리 포터의 작가인 조앤 K 롤링이 최근 스코틀랜드의 영국 잔류를 지지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21년간 스코틀랜드 지역에서 거주해 온 그는 이 편지에서 오는 9월 18일 예정인 영국 잔류·독립이냐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스코틀랜드 시민들에게 영국 잔류를 찍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서한 발표와 함께 잔류 지지를 주도하는 단체에 100만파운드(약 17억원)를 기부했다.

그리 잘 나서지 않던 인기 작가를 이 논쟁에 끌어들인 것은 독립 지지자들이 영국 잔류 지지자들을 위협하고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장밋빛 전망만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롤링은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당수이자 독립 지지를 주도하고 있는 알렉스 새먼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이 제시한 독립 후의 낙관적인 모습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새먼드는 스코틀랜드가 영국에서 독립하면 스웨덴과 노르웨이와 같은 높은 수준의 복지를 유지할 수 있다며 그 근거로 북해 유전에서 나오는 수익을 현재보다 더 많이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 영국과 통화동맹을 맺어 파운드화를 그대로 쓰고 영국 왕도 국가수반으로 모시고 유럽연합(EU) 회원국 지위도 자동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그의 주장은 롤링뿐만 아니라 여러 학자들도 공통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북해유전은 분명히 스코틀랜드 해안에 있지만 지금까지 여기에서 나오는 수익은 영국 정부가 가져간 후 스코틀랜드에 교육과 복지 등의 재정 지원으로 되돌려 주었다. 즉 스코틀랜드는 중앙정부에 지불한 액수보다 더 많은 지원을 중앙정부에서 받았다. 독립을 얻는다 해도 북해유전 수익 전부를 스코틀랜드가 다 가져갈 수는 없다.

그동안 상당 부분의 투자를 영국 기업과 중앙정부가 했기 때문이다. 분명히 중앙정부와 수익 배분을 놓고 지루한 협상을 해야 할 터인데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중앙정부는 스코틀랜드의 파운드화 유지를 반대한다.

유럽연합(EU)도 스코틀랜드가 독립할 경우 다시 EU에 가입신청을 해 EU 회원국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스코틀랜드는 고지대 등 낙후지역이 있어 EU의 지역정책에서 지원을 받아왔다. 독립할 경우 이런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 상황이 이처럼 매우 불확실한데 새먼드 당수는 이런 불확실성을 사실로 만들어 독립투표 지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인 입소스 모리(Ipsos Mori)가 최근(5월 26일∼6월 1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영국 잔류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54%, 독립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36%, 부동층이 10% 정도로 나타났다.

독립 지지자들의 비율은 최근 들어 상승 추세지만 그 추세가 매우 완만하다. 전문가들은 잔류 지지와 독립 지지의 비율이 6대 4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한다.

스코틀랜드는 1707년 자발적으로 영국과 한 왕국이 돼 영국이라는 정체성에 스코틀랜드의 정체성을 녹여 왔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스코틀랜드는 영국의 일부로 계속해 남아 있을 듯하다.

영국에 잔류하는 스코틀랜드에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는 현재 누리고 있는 교육과 환경 이외에 더 많은 자치권을 부여할 것이라 밝혔다.
세계 최초의 복제양 돌리, 순대 비슷한 양 창자로 만든 음식인 하기스(haggis), 괴물이 출현했다는 네스호 등 스코틀랜드의 자랑과 풍광은 계속해 영국과 스코틀랜드의 것으로 남아 있을 듯하다.

안병억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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