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전문의약품 일련번호 의무화 D-6월, 제약사 반발에 시행 진통

홍석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6.30 17:16

수정 2014.06.30 17:16

의사 처방이 필요한 의약품의 유통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2015년 1월 시행 예정인 '전문의약품 일련번호 의무화'를 두고 전형적인 '탁상공론' 정책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의약품 일련번호 제도는 의약품 유통투명화 기반을 조성해 위조의약품을 방지하는 등 의약품이 생산부터 최종적으로 사용될 때까지 낱개 단위로 관리해 안전한 의약품 공급체계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시행 6개월을 앞둔 현 시점에서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아 제약업계는 제대로 준비도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태지만 정부는 제도 시행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6월 30일 제약업계 관계자는 "2011년 고시 이후 충분한 시간이 있음에도 제약업계와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은 채 제도 시행을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제도 강행 후 그때그때 문제점을 대처하려는 것은 전형적인 '땜질식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제약업계 시간 필요

일련번호 도입을 통한 의약품 관리는 이미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인도, 터키, 중국 등에서 시행 중이고 미국, 유럽 등도 제도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제약업계가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제약업계 입장에서 일련 번호 의무화 시 필요한 생산 설비 비용 부담이 크다. 실제로 제약사들은 생산설비 구축을 위해서는 약 30억~40억원의 비용 투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초수액제 등 필수의약품과 퇴장방지 의약품의 경우 제품 생산 단가가 높고 원가 수익률이 낮아 일련번호 도입은 고스란히 제약사 부담이다. 이에 제약업계는 이들 의약품에 대해서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국계 제약사들은 제도 시행을 위한 가이드라인 발표 후 최소 2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생산 시설이 국내가 아닌 해외에 있는 만큼 본사와 제도 시행을 위한 생산 시설 구축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 외국계 제약사 입장에서 한국에 공급하는 물량은 소규모인데 소량의 의약품 공정을 위해 추가적인 투자나 공장라인 신설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의약품 공급이 원활히 되지 못해 일부 의약품 공급 중단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는 주장이다.

■정부 2011년 발표대로 진행

제약업계는 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기적인 로드맵을 마련해 제약업계가 제도를 예측하고 준비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중국은 5년 계획으로 대상 품목과 일련번호 적용수준을 정했고, 인도와 터키는 가이드라인 제정 후 각각 3년과 4년 동안 2단계로 진행됐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도 시행을 위한 사전 준비가 미흡하다는 것을 정부도 공감하고 있고 제약업계가 구체적인 제도 개선안과 시행 가이드라인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기존대로의 제도 시행을 강행하려 한다"면서 "일단 제도 시행 후 도출된 문제점을 그때그때 대처하려 하기보다는 제대로 준비를 하고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복지부는 이미 2011년 고시안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입장이다.
2011년 고시 이후 충분한 유예기간을 줬음에도 제약업계가 이제 와서 시간이 필요하다고 아우성을 한다는 것. 복지부는 2008년 1월 개정 고시에서 최대유통일자와 제조일자 번호 표시 의무화를 기반으로 한 GS1-128 바코드 도입을 의무화하고 시행시기를 유예했다. 이어 2011년 5월에는 의무표시 대상에 일련번호를 추가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2011년 고시로 일련번호 의무화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나온 상태"라면서 "추가적인 검토사항은 현재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