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돈 말라가고 사람 떠나고.. 금융투자산업이 죽어간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01 17:32

수정 2014.07.01 17:32

돈 말라가고 사람 떠나고.. 금융투자산업이 죽어간다

국내 금융투자산업이 고사 직전이다.

1년 사이 금융투자업계 종사자 가운데 2600명 이상이 직장을 잃었고, 증권사나 선물사 수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금융투자산업의 실적과 자본도 감소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금융당국의 규제의 벽은 여전하다.

시장 살리기에 나서야 할 한국거래소는 공공기관으로 묶여 있고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을 대변하는 금융투자협회 또한 업계를 위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한계를 노출시키고 있다.

■1년 새 직원.순이익.자기자본↓

1일 금융투자협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3회계연도 기준(2013년 12월 말) 금융투자산업 총 임직원은 4만797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회계연도 기준으로 2012년 말(2013년 3월 말·5만31명)보다 2061명 감소한 것이다. 특히 증권업계는 2013년 말 임직원이 4만243명으로 2012년(4만2802명)보다 2559명 줄었다. 여기에 올해 증권시장을 떠난 직원들을 더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61개 증권사의 임직원은 총 3만9146명으로 집계됐다. 증권사 임직원 수가 3만명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올 들어 동양증권이 대만 유안타에 매각되기 전 650여명의 직원을 내보냈고, 삼성증권은 올해 300여명의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부국증권도 50여명을 정리했다. 지난 5월 하나대투증권(150여명)에 이어 합병을 앞둔 NH농협증권(200여명)과 우리투자증권(400여명)이 희망퇴직을 단행한 것을 감안하면 실제 남아 있는 임직원은 최근 집계치보다 적을 수 있다.

거듭되는 적자로 인해 청산 단계에 내몰린 금융투자업체들이 증가한 탓이다. '사람이 자산'인 금융투자산업에서 인력 유출이 지속되면서 실적이나 자본이 감소하는 것은 당연하다.

금융투자산업 총 자기자본은 2012년 47조4000억원에 달했지만 2013년 46조5000억원으로 9000억원가량 줄었다. 총 당기순이익도 2013년 3013억원으로 2012년 1조7115억원보다 1조4000억원 이상 줄었다. 금융투자회사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12월 결산법인으로 전환돼 2014년 1월부터 3월까지의 실적을 빼고 2013년 4월 1일~12월 31일까지 집계한 것임을 감안해도 격차는 크다. 규모가 큰 상위 증권사들의 실적이 급감한 탓으로 풀이된다. 증권사는 2013회계연도 총 당기순이익이 -1687억원으로 2012년(1조2420억원)보다 무려 1조원 이상 줄었다. 이에 비해 나머지 자산운용사 2013회계연도 총 당기순이익 3251억원, 부동산신탁사 1222억원, 투자자문사 193억원, 선물사 34억원으로 소폭의 증감을 보였다.

■죽고 나면 허물까? '규제의 벽'

금융투자업계 침체가 이어지고 있지만 규제는 여전하다. 무엇보다 파생상품 시장 규제에 대한 업계의 우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수 선물.옵션의 승수 상향 등이 파생상품시장의 거래를 위축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파생상품시장은 극심한 침체를 보이고 있다. 세계거래소연맹(WFE)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거래소의 파생상품 거래량은 8억2100만 계약으로 전년 대비 55% 이상 쪼그라들었다.

금융위원회가 파생상품시장 발전방안을 최근 발표한 것을 놓고도 업계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그간 증권.선물회사에 국한됐던 국채, 외환을 기초로 한 파생상품의 직접거래를 은행에도 허용키로 하면서 금융투자업계의 불만은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다. 특히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코스피200지수 옵션의 최소 거래단위(승수) 인상(10만원→50만원) 이후 승수 인하는 금융당국이 고려하지 않아 당국의 이번 방안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밖에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대체거래소 설립이 가능함에도 다자간 매매체결회사(ATS)의 거래량 제한폭을 놓고 금융당국과 업계의 입장차가 커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대체거래소를 통해 현재 한국거래소의 독점체계를 깨고 거래비용을 자연스럽게 낮춰 거래 활성화를 이끈다는 의도였지만 당국은 자본시장법 시행령상 ATS 주식 거래량 또는 거래금액을 전체의 5%로 제한하겠다는 입장이라 30%로의 확대를 요구하는 업계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증권사의 모바일을 활용한 아웃도어세일즈(ODS) 영업시스템도 관련 법안인 '방문판매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목 잡혀 있어 영업 확대의 단초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거래소, 금투협 모두 '낙제'

이런 마당에 금융투자협회는 과거 증권업협회, 자산운용협회 등의 여러 업권을 통합한 조직으로 한계를 노출시키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완화가 지나치게 대형사에만 유리한 형태로 진행되면서 중소형 증권사들의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한 소형증권사 관계자는 "희망퇴직이니 불황이니 죽는 소리를 해도 금융투자협회 입장에서는 다른 나라 이야기"라며 금투협에 대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불만은 한국거래소도 피하기 어렵다. 한국거래소는 2013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 준정부기관 32개 가운데 유일하게 E등급을 받았다.

E등급은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평가로 줄 수 있는 최하위 점수다.

전년 D등급에서 한 단계 더 추락했다. 복리후생 과다기관으로 보수 및 성과관리, 노사관리 부문 실적이 매우 저조한 점에다 전산장애가 지속적으로 발생했음에도 이에 대한 사전 대비가 미흡했다는 것이 평가의 이유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증권시장을 대표하는 두 기관으로서 제역할을 다해 시장을 살리도록 업계 의견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발휘해 시장 활성화를 위해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김학재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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