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막은 이렇다. 지난 3월 감사원은 신용카드사 신용정보 대량 유출 사태와 관련,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감사에 착수했다. 카드사 정보 유출은 사실상 전 국민이 피해자였다. 감사원이 금융당국의 잘잘못을 가리기 위해 감사에 착수한 것은 당연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KB금융지주 임영록 회장에게 내린 중징계가 적절했느냐다. 국민은행은 2011년 국민카드를 분사시켰다. 이때 은행이 갖고 있던 카드 회원정보를 카드사에 넘겼다. 바로 이 정보가 유출돼 큰 파장을 일으켰다. 금감원은 금융위 유권해석을 토대로 이를 문제 삼았다. 금융위는 사전에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고 신용정보를 넘긴 것은 신용정보법 위반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당시 금융지주 사장으로 결재라인에 있던 임 회장에게 중징계를 사전통보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다른 잣대를 들이댔다. 금융지주회사법은 신용정보법상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금융지주 산하 자회사끼리 개인정보를 영업에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따라서 금감원이 임 회장에게 내린 중징계는 적절치 않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금감원·감사원 간 법리 논쟁은 임 회장의 묘한 처지와 맞물려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다. 임 회장은 현재 신용정보 유출 외에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내분, 국민은행 도쿄지점의 불법대출, 직원의 국민주택채권 횡령 사건 등으로 줄줄이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을 판이다. 감사원의 개입은 타이밍이 나빴다. 누가 봐도 관료 출신인 임 회장을 역성드는 듯한 모습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스스로 의혹을 불렀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금융위·금감원도 무리한 법 적용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은 자회사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회사끼리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도록 하려면 법부터 고치는 게 옳다. 행여 신용정보 대량 유출 사태의 희생양으로 임 회장을 골랐다면 제재를 철회해야 한다. 그 건이 아니어도 임 회장은 어차피 당국의 중징계를 빠져나가기 힘들다. 무엇보다 국가의 중추 사정기관인 감사원과 '금융검찰' 금감원이 대립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얼마든지 내부에서 이견을 조율할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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