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지난 6일, 2박3일 일정으로 중국을 찾았다. 취임 후 일곱 번째로 중국을 방문한 메르켈 총리는 40여명의 경제사절단을 대동했으며 사절단 가운데는 루프트한자와 지멘스, 에어버스 등 주요 대기업 인사들도 다수 포함됐다. 서부 대개발이 한창인 중국 쓰촨성 청두를 맨 처음 방문한 메르켈 총리는 이날 도시화 포럼에 참석해 향후 쓰촨성 경제개발에서 양국 간 협력기회가 많다고 강조했다. 현지 폭스바겐 공장을 둘러본 그는 청두 방문에 대해 "그동안 중국 도시 개발이 해안가에만 국한된 줄 알았는데 서부 내륙에서도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다음 날 베이징을 찾아 리커창 중국 총리와 회동했으며 AP는 양자가 경제협력뿐만 아니라 이란 핵문제나 우크라이나 사태도 함께 논의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동시에 이날 에어버스는 중국에 자사 헬리콥터 123대를 팔기로 계약했으며 루프트한자와 중국국제항공공사는 두 기업 간 협력강화를 위한 상호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같은 날 리 총리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에 이어 독일에도 800억위안(약 13조원)의 위안화 적격외국기관투자가(RQFII) 자격을 준다고 발표했다. RQFII는 외국인이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중국 내외 어디서든 중국 주식과 채권 및 펀드에 투자하게끔 하는 제도다.
한편 메르켈 총리는 기자회견장에서 독일에서 발생한 이중스파이논란이 미국과 동맹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시사했다. 앞서 독일 언론에 따르면 현재 독일 정보기관인 연방정보국(BND) 직원이 미국 국가보안국(NSA)에 2년간 독일 의회 산하기관의 정보를 팔아넘긴 혐의로 체포된 상태다. 메르켈 총리는 "해당 혐의가 사실이라면 미국과 동맹관계에 명백한 영향을 줄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이에 리 총리는 국제 산업스파이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과 독일은 모두 해킹 공격에 피해를 봤으며 상업적 기밀 혹은 지식 재산권 훼손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이달 들어 중국 종자회사 회장 부인이 미국에서 특허받은 옥수수 종자를 훔친 혐의로 체포되는 등 중국계 산업스파이가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리 총리의 이번 발언은 독일과 함께 미국 때리기에 간접적으로 동참한 것으로 풀이된다.
메르켈 총리는 7일 저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하고 다음 날 베이징 칭화대에서 강연할 예정이며 장더장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도 만날 계획이다.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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