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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그 사람은] (13) 김용 세계은행 총재, ‘글로벌 개발 리더’로 우뚝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09 16:40

수정 2014.07.09 16:40

2000년 이후 대한민국은 큰 변화를 겪어 왔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미국발 금융위기,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9·11테러, 가계 부실, 집값 하락, 내수경기 침체, 세월호 참사 등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다사다난했다. 이 시기에 수많은 사람들도 명멸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창간 14주년을 맞이하여 창간 이후 21세기 대한민국을 움직였던 사람들의 어제와 오늘을 14회에 걸쳐 조명해본다.

지난 2012년 3월 12일(이하 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차기 세계은행 총재로 당시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하나인 다트머스 대학교 총장이던 한국계 미국인 김용(미국명 짐용김)을 지명한다고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정원에서 열린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 지명자와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미 국무장관, 티머시 가이트너 당시 미 재무장관이 뒤에서 보는 가운데 "이제는 세계 최대의 개발기구를 개발 전문가가 주도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김 지명자가 "20년 이상 세계 개발도상국가의 생활 환경 개선을 위해 일해왔으며 그의 경험을 볼 때 세계의 빈곤을 줄이는데 적합한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944년 세계은행 창설 후 초대 유진 마이어에서 전임자인 로버트 졸릭까지 역대 총재 11명이 모두 미국 출신들이 맡아와 미국 국적의 김용이 지명된 것이 놀라운 것은 아니지만 정치나 금융계 출신이 아닌 것은 그가 처음이어서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세계은행 총재 후보로 당초 거론됐던 인물들에는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 현 미 국무장관인 존 케리 상원의원, 전 재무장관과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고문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가 있었다. 그러나 2012년은 미국 대통령 선거가 열리던 해여서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할 경우 이들이 정부 요직에 필요한 상황이었다.

김용이 오바마 대통령이 선호하던 보건과 개발 분야 전문가인데다 미국인이지만 백인이 아닌 한국계라는 것이 그동안 세계은행 총재를 미국 출신이 독차지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에도 맞아떨어진 것이다.

유럽 국가들과 중국과 인도, 일본을 비롯한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에서도 김용에 대한 지지가 이어졌다.

그렇지만 개발에 대한 열정과 아이티에서 르완다에 이르기까지 빈곤 국가에서 실시된 보건 프로그램 운영을 한 경험은 많아도 은행, 그것도 세계은행 총재 적임자인지를 보여줄 경력을 갖고 있지 않아 그의 지명에 대한 우려도 당연히 나타났다.

그러나 세계은행 총재직을 노리면서 평소에 차기 총재는 금융 전문가가 아닌 개발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주장해온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김 지명자를 "세계 정상급 개발 전문가"라며 "그를 지명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김 총재, '세계은행, 주도적 역할 되찾겠다'

평생을 빈곤과 질병 퇴치에 바쳐온 김용은 그해 4월 16일 세계은행 총재에 정식 선출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세계은행이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하고 개발도상국들의 목소리가 커지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오는 2030년까지 하루에 1달러 25센트 미만으로 살아가는 빈곤층을 세계 인구의 3% 미만으로 줄이는 등 빈곤 퇴치와 함께 개발도상국 주민 하위 40%의 소득이 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김 총재는 개발도상국에는 "서류와 정보를 주면서 '이렇게 하시오'식의 강요 대신 해결책을 찾는 것으로 초점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은행이 이념을 둘러싼 대립이 아닌 증거를 바탕으로 문제 해결에 주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은행은 과거에 글로벌 개발의 리더였지만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의 재정 위기 해결에 있어서 국제통화기금(IMF)에 주도권을 뺏겼다.

신흥시장 국가인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세계은행에 맞서 별도의 브릭스(BRICS) 개발은행을 창설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이번 달에 브라질에서 모일 예정이며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도 계획하고 있다.

그럼에도 김 총재는 이러한 개발은행과의 경쟁을 환영한다며 제휴할 뜻도 있음을 비쳤다.

그는 수조달러가 은행에 쌓여 있는 것보다는 연간 1000억달러가 필요한 아프리카 등의 인프라 투자에 투입됨으로써 개발을 더욱 촉진시킬 것으로 믿고 있다.

김 총재는 또 세계은행이 과거에 글로벌 정책 결정에 있어서도 가졌던 주도적인 역할을 되찾겠다고 밝혔다.

■세계은행 직원과 신뢰 회복도 과제

역대 세계은행 총재들은 모두 개혁을 외쳤다.

김용 총재는 20여년 전 세계은행과 IMF의 개혁을 요구하는 "50년은 충분하다(50 Years is Enough)" 운동에도 참여했던 그야말로 오래전부터 개혁을 위한 인물이다.

그는 이번 달부터 세계은행에 대한 개혁과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확실한 재정 상태를 감안해 비용 4억달러를 절감하는 것을 포함해 세계은행의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또 전 세계에서 문제에 대한 해결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기구 내부의 관료주의를 없애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개혁의 골자다.

그동안 세계은행은 오랫동안 내부의 독특한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아온 복지부동의 기관이었다.

개혁성향의 김 총재가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자 세계은행 직원들은 초조해졌고 은행 밖에서는 파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세계은행 직원 협회는 감원을 경계하는 듯 김 총재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개혁을 이행하는 데는 직원들이 절대 필요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직원들은 김 총재의 구조조정으로 세계은행이 지원하는 프로젝트도 변경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구조조정에 따른 직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등 세계은행 직원들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가 추진 중인 세계은행의 구조 조정이 성공을 거둘지는 내년에 판가름 날 것으로 외신들은 점치고 있다.


세계은행 임원들도 내년이 김 총재의 리더십에 대한 중요한 시험무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총재가 다트머스대 총장으로 임명된 것은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그가 세계은행 총재로서 세계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것이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약력 △55세 △서울 출생·5세에 미국 아이오와주 이민 △미 브라운대 생물학과 △의료구호단체 '파트너스 인 헬스' 공동 설립 △미 하버드대 의학·인류학 박사 △맥아더 '지니어스' 장학금 수혜 △세계보건기구 에이즈 담당 국장 △미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리포트지가 뽑은 '미국 최고의 지도자 25인' △미 시사주간지 타임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미 다트머스대 총장 △세계은행 총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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