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20년 후에 어떤 연구를 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랭글란즈 프로그램 연구에 공헌하고 싶다"고 밝힌 미국 버클리대학교 수학과 신석우 교수(36·사진)는 "초등학생이 흔히 말하는 훌륭한 수학자가 되는 게 꿈"이라며 학생처럼 쑥스러운 듯 웃어 보였다.
우리나라 수학올림피아드 참가 역사상 첫 개인성적 만점으로 금메달을 받았고, 석사 이전 수학과정은 전부 한국에서 마친 후 매사추세츠주(MIT) 조교수 자리에 올라 '영재교육 성공사례 1호' 타이틀을 달고 있는 신 교수지만 그의 미소에 거만함은 없었다.
오는 8월 13일 개최하는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 참석차 방한한 그를 14일 고등과학원(KIAS)에서 만났다. 시원한 모시 소재 반팔 셔츠와 면 반바지, 무심하게 둘러맨 검은색 백팩까지. 연구 외에 불필요한 것들은 전부 덜어낸 듯한 차림새였다.
수학 자체에 매달리는 직업수학자의 길을 택한 이유를 묻자 그는 한마디로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연구하는 것 자체가 막힐 때도 있지만 100번, 1000번 시도해서 뚫리는 순간이 온다"며 그 순간 풀었다는 희열과 함께 모르는 것을 알게 되는 재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해가 쉽지 않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연구 결과를 접할 때도 즐거울 수 있다"며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면 즐겁고 좋은 것처럼 다른 연구자들이 내놓은 수학작품(연구성과)을 감상하면서 얻는 즐거움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100년, 200년간 풀리지 않는 난제뿐 아니라 수학에는 '풀지 않은 문제'가 많이 남아 있다.
이 가운데 신 교수는 랭글란즈 프로그램을 이용한 정수론을 연구 중이다. 정수론에서 존재하는 대상이 마치 거울에 비치듯 다른 분야(정수론, 표현론, 해석학 등)에서도 비슷한 성질로 대응하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수학적인 엄밀함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현재 신 교수는 KIAS 스칼라(교수)로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발한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한국 수학의 높아진 위상을 체감하고 있다는 그는 "수학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좋은 수학자·연구자 등 인력 확보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예전보다 영재교육의 체계가 더 잡힌 것 같다"며 재능있는 학생들이 일찍 공부를 시작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길이 열리고, 학생들의 선택지가 넓어진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신 교수는 MIT를 떠나 지난 1일부터는 버클리대 수학과 부교수로 부임, 새 둥지를 틀게 됐다.
"아무래도 연구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새로운 아이디어나 영감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라며 "같은 랭글란즈 프로그램을 연구하지만 나랑은 다른 관점을 가진 이들과 교류하게 되면서 연구에 진전이 생길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bbrex@fnnews.com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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