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브릭스는 브라질 북동부 포르탈레자 시에서 열린 제6차 정상회의에서 이를 공식 발표한 데 이어 관련 협정에 서명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및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 등 5개국 정상 모두 회담에 참석했다.
NDB의 초기자본금은 총 500억달러로 브릭스 5개국이 100억달러씩 출자해 조성한다. 또 5년내 자본금을 1000억달러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NDB의 설립은 내년 중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 오는 2016년께면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으로 전해졌다.
브릭스는 또 유엔회원국이라면 어느 나라든 NDB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다만 브릭스가 전체 지분 가운데 55% 이상을 보유, 운영의 주도권을 행사할 것이란 입장을 분명히했다.
외신들은 브릭스가 NDB를 통해 '미니 IMF 및 WB'로서의 역할을 꾀하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브릭스가 이날 회담에서 NDB 외 1000억달러 규모의 별도의 위기 대응 기금 설치에 합의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라고 보고 있다. 브릭스가 종전의 서방 중심의 금융질서를 재편하고자 자체 개발은행인 NDB와 위기 대응 기금을 꾸리고 나섰다는 얘기다. 브릭스가 위기 대응 기금 설치에 대한 계획을 처음 밝힌 것은 지난 2012년 인도 정상회담에서다. 당시 위기기금엔 중국이 410억달러, 브라질·러시아·인도가 각각 180억달러를 내고 나머지 50억달러는 남아공이 분담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이와 관련, 브릭스가 맏형(big brother)인 중국을 필두로 '미니 IMF(NDB를 지칭)'를 세웠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인프라 구축을 앞세워 아시아 개도국들을 대상으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을 주도하는 행보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중국을 비롯, 브릭스가 국제 금융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에 도전장을 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 제재가 혹독해진 가운데 이날 회담을 마친 뒤 푸틴 대통령은 "이 메커니즘(NDB과 위기기금)은 브릭스를 금융위기로부터 보호하는 전제조건이 될 것"이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총 2000억달러에 달하는 메카니즘이 서방국의 금융 정책에 덜 종속되도록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의 입장은 회의적이다. 일례로 중국 칭화대 중국·세계경제연구센터의 위안강밍 교수는 16일 홍콩 명보에서 각종 한계로 인해 브릭스 개발은행이 서방 주도의 금융체계에 도전하는 역할을 하기란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초기 자본금이 500억달러로 협소한데다 은행 조직체 성격도 폐쇄적이라는 게 치명적인 맹점으로 꼽혔다. 특히 NDB 출범 이전부터 브릭스 내부에서 회원국간 견제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게 잠재 리스크로 지목됐다. 위안 교수는 브릭스 국가들이 중국 등 일부 참여국의 독주 가능성을 우려, 참여국의 지분 및 투자비율을 엄격하게 통제했다며 이는 NDB의 규모 확대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nol317@fnnews.com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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