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유리인형/박미은/러브스토리
애초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평생이 외롭고 불행했던, 류향. 드라마에서나 보아오던 재벌가의 정략결혼에 그녀가 희생양이 됐다. 그것도 지금 막, 방금 전에. "이름이 류향이라고? 내 이름은 김준혁이다. 너보다 두 살 위고. 앞으로 잘해보자." 앞으로 잘해보자니,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 있는데 잘해 나갈 수 있을까. 더구나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대체, 나의 불행은 언제 끝이 난단 말인가. 인기 로맨스 소설 '101번째 남자' '레드 모텔'의 작가 박미은의 신작. 부모의 원치 않는 딸로 태어나, 평생을 외롭게 살아온 여자 주인공이 재벌가 정략결혼의 희생양이 돼 생면부지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되는 이야기다. 사랑받지 못한다고 여기는 여자와 사랑 따윈 쓸모없다고 여기는 재벌가의 무례한 남자가 만나 어느새 서로에게 빠져든다는 이야기는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로맨스물에서 빠질 수 없는 소재다. 2권짜리 책은 정통 멜로로 승부수를 띄운다.
■<추리> 일곱 성당 이야기/밀로시 우르반/열린책들
고풍스러운 체코 프라하의 여섯개의 실존 성당을 배경으로 한 고딕 스릴러 소설이다. 14세기 중세를 재건하려는 음모를 중심으로 한 지적 추리소설이라는 점에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연상시킨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정직당한 전직 경찰 K는 성당에서 엽기적인 사건을 목격한다. K는 옛 건물에 손을 대면 과거 사건을 볼 수 있는 기이한 능력을 가진 인물이다. 중세 종교적 순수함으로 현대 프라하를 붕괴시키려는 세력들은 K를 이용하려든다. 이 과정에서 수수께기 장소 일곱 성당의 비밀이 풀린다. 작가는 성당이라는 건축물을 중심으로 프라하의 역사와 문화유산, 풍부하고 찬란한 모습과 끔찍하고 기괴한 모습 모두를 보여준다. 해외 언론에선 "움베르토 에코에게 보내는 체코식 답변" "클래식 고딕 소설을 뛰어넘는 완벽한 재현"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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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아시모프가 1942년 집필을 시작해 세상을 뜬 1992년까지 약 50년간 이어진 7부작 시리즈. 국가와 인류의 미래를 예측하는 새로운 학문인 '심리역사학'을 처음으로 선보인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남다른 SF물이다. 500년간 은하 제국들의 흥망성쇠를 다루고 있는 대하소설로 에피소드마다 놀라운 반전, 스릴러적 재미가 있다. 내용과 집필 시기에 따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파운데이션'의 설립에서 발전까지를 다룬 초기 3부작(1~3권)은 완성도나 재미 면에서 독보적이다. 1980년대부터 집필된 4권 '파운데이션의 끝', 5권 '파운데이션과 지구'는 초기 3부작 이후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작가가 생애 말기 집필한 6권 '파운데이션의 서막', 7권 '파운데이션을 향하여'는 심리역사학의 창안자 해리 셀던이 어떻게 학문을 완성하고 '파운데이션'을 설립하게 됐는지 그의 전 인생을 다루고 있다.
■<판타지> 드래곤과의 춤/조지 R R 마틴/은행나무
판타지 장르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했다고 평가받는 '얼음과 불의 노래(얼불노)' 시리즈 5부. 미국 인기 드라마 '왕자의 게임'의 원작도 이 '얼불노'였다. 작가는 독자적으로 창조해낸 새롭고 낯선 세계에 독자들을 아무런 설명 없이 풍덩 빠뜨린다. '얼불노'의 그곳은 살육과 배신, 음모와 획책이 난무하는 비정한 세계, 왕이라 하더라도 죽음 앞에선 그저 한 명의 나약한 인간에 불과한 공평한 세계다. 권력을 둘러싼 음모와 계략, 배신과 숭고한 희생, 욕망으로 가득한 파란만장한 인간사를 그렸다. 작가의 섬세한 상상력이 무한한 스케일의 가상 세계를 배경으로 대서사시를 펼쳐낸다. 조지 R R 마틴은 '얼불노' 시리즈를 통해 21세기 판타지 문학의 진화를 이뤄냈다는 해외 언론의 평가도 있다.
■<역사> 같은 꿈을 꾸다 in 삼국지/조경래/조아라
장르 웹사이트로 유명한 조아라(www.joara.com)에서 1500만건 이상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던 소설. 그 인기를 기반으로 최근엔 소장용 한정판 양장본까지 출시됐다. '삼국지'를 즐겨 읽던 평범한 회사원이 어느 날 눈을 뜨니 삼국지 세계의 무장의 아들이 되어 있다. 다소 황당한 설정에서 출발하지만 삼국지라는 고전을 새로운 시각, 절묘한 상상력으로 풀어내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베스트셀러가 됐다. 고전 '삼국지'에 나오지 않는 숨겨진 뒷이야기, 뒤틀린 역사 속에서 피어나는 의리와 사랑을 살리면서 여기에 역사적 배경, 인물, 시대상을 절묘하게 배합시킨다. 영화감독 변영주는 "21세기 민주주의자가 그곳에 갔을 때 어떤 정치적 이념과 바람이 그 속에서 어떻게 운용되어지는가를 일관성 있는 기조 안에서 잘 풀어낸 책"이라고 추천했다.
■<무협> 소오강호/김용/중원문화
중국 문단의 거장 김용의 8권짜리 전통 무협소설. 홍콩 '명보'에 1967년부터 1969년까지 연재됐던 작품이다. 도교사상의 체현자인 주인공 영호충을 통해 구속에서 해방되려는 인간의 자유를 그렸다. 영호충의 야망과 고뇌 속에 작가는 자신의 통찰력을 담아냈다. 어떤 역사적 사건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김용의 다른 작품과 비교되기도 한다. 책은 1990년대 '소오강호' 등 영화로도 개봉돼 인기를 끌었다. 소오강호는 '강호의 속박을 웃어 버린다'는 의미다. 전체 골격은 화산파 대사형인 영호충이 무술비급을 서로 차지하려는 무림 각 정파의 계략에 휘말리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다. 작가는 중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경험했고, 수백권에 달하는 방대한 중국 역사서를 수차례 통독하는 등 역사와 인문학을 두루 섭렵했다. 그의 깊은 인문학적 소양은 자신의 무협소설을 정통 문학 대열에 올려놨다.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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