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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생간 섭취, 눈에 기생충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05 16:19

수정 2014.10.24 17:11

소의 생간 섭취, 눈에 기생충이?

소의 생간을 섭취하면 눈에 기생충이 생길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우세준 교수팀은 2009년 1월에서 2013년 6월까지 병원을 찾아 눈개회충증에 감염된 환자 52명과 다른 일반 안과질환으로 내원한 환자 50명을 비교한 결과 눈개회충증에 감염된 사람 중 81%가 최근 생간을 섭취한 경험이 있었다고 5일 밝혔다.

또 생간 섭취는 눈개회충증의 위험성을 15배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눈개회충증 환자 중 19%만이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다고 응답해 개나 고양이를 통한 감염보다는 생간의 섭취가 눈개회충증 감염에 더 큰 원인으로 작용했음을 밝혀냈다.

감염자 101명을 분석한 결과 여성은 25명인 반면 남성이 76명으로 여성보다 남성이 3배 더 많았다.
또 시골에서 거주하는 사람은 25명이었지만 도시 거주자는 76명으로 시골거주자보다 도시거주자가 3배 더 많았음을 알 수 있었다.

개회충이라는 기생충이 감염을 일으키는 눈개회충증은 2010년 까지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질환이었다. 대부분 단순 포도막염으로 알고 그에 맞는 염증치료만 처방됐다. 그러다 2010년 우 교수는 안구에 염증이 가운데에서 위쪽으로, 또 위에서 아래쪽으로, 다시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특이한 양상이 나타남을 발견했다. 개회충증 항체검사를 통해 눈도 개회충에 감염됨을 확인했다.

사람 몸속에 들어온 개회충은 장속에 가만히 있지 않고 몸속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간이나 폐와 같은 장기로 이동한다. 이때는 증상이 없거나 임상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유충이 사멸하고 자연치유 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 유충이 눈까지 올라가게 되면 눈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염증물질을 침착시켜 눈의 한가운데 망막세포를 파괴해 시력을 저하시킨다. 망막 주변에 혼탁이 생겨 후유증으로 흉터조직을 만들면서 망막을 잡아끌어 박리 시키면 실명에까지 이를 수 있다.

개회충증은 개나 고양이와 같은 동물의 배설물에서 떨어진 기생충 알에 의해 오염된 토양이나 음식물을 통해 감염되거나 동물의 털이나 몸에 있던 유충을 통해 감염되는 경로가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놀이터에서 흙을 가지고 노는 어린아이들이나 야외 활동을 많이 하는 시골 사람들이 더 많이 감염된다고 여겼다.

서울대의대 기생충학교실 홍성태 교수는 "동물에서 개회충이 가장 많이 서식하는 곳이 간인데, 소의 간을 익히지 않고 바로 먹으면 개회충을 같이 먹게 되는 셈"이라며 "서양에서는 개회충증에 감염된 대부분 사람이 20세 이전의 어린이들이었지만 한국이나 일본과 같은 동양에서는 30세 이상의 성인 환자가 더 많은 이유는 소의 생간을 먹는 음식문화가 눈개회충증 발병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생간의 표면과 내부에 중증 식중독을 일으키는 장출혈성 대장균(O-147균)이 발견되고, 이를 안전하게 제거할 방법을 찾지 못해 2012년 7월 1일부터 소의 생간을 요리로 팔지 못하게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우 교수는 "생간은 가열해 섭취해야 하며 생간 섭취로 인한 눈개회충증이 발병된 경우 기생충약과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해 몸 안에 있을 기생충을 박멸하고 염증을 줄여야 한다"며 "특히 개회충증 감염을 초래할 수 있는 생간 판매에 대한 법적인 규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열대감염질환 분야 저명 학술지(PLOS neglected tropical diseases) 최근호에 게재됐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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