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경찰대 출신 청장 시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06 16:56

수정 2014.10.24 16:28

[fn스트리트] 경찰대 출신 청장 시대

수업연한은 4년으로 학비 전액이 면제된다. 입학 후 졸업 때까지 생활관에서 숙식하며 수당.피복.교과서 등을 제공받는다. 졸업자는 법학사나 행정학사의 학위를 받음과 동시에 경위로 임용돼 6년 동안 복무 의무를 진다. 임용 후 남학생은 병역의무를 마치기 위해 2년간 전투경찰대 소대장, 지휘참모와 기동대 소대장으로 배치돼 근무한다. 경찰대 출신들이 걸어가는 코스다.
1981년 첫 신입생을 받았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수재들이 몰렸다. 지금도 그 인기는 여전하다.

경찰 간부는 경찰대, 간부후보생, 고시 출신이 대부분이다. 간부후보생은 일반 대학 졸업자들이 응시해 합격하면 경위로 특채된다. 사시나 행정고시 출신들은 경정으로 특채돼 승진이 상대적으로 빨랐다. 현재 경무관 이상은 경찰대 출신이 절반 정도 된다. 치안정감도 여러 명 배출했다. 그러다 보니 안팎에서 비판을 받는다. 일각에서는 경찰대 폐지론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경찰대 출신의 간부 독식을 우려해서다. 실제로 그런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경찰대 2기 출신인 강신명 서울경찰청장이 6일 경찰청장에 내정됐다. 인사청문회를 거쳐 청장에 앉으면 경찰대 출신 1호가 되는 셈이다. 1기도 인물이 많았지만 경찰청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1기 선두 주자는 윤재옥 새누리당 의원이었다. 그는 현직에 있는 동안 한 번도 선두를 빼앗기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경찰청장을 끝으로 옷을 벗었다. 이강덕 포항시장도 1기다. 그는 이명박정부의 황태자였다. 청와대 치안비서관, 부산·경기·서울경찰청장, 해양경찰청장을 지냈다. 조길형 충주시장도 1기 출신이다.

경찰대 출신 가운데는 행시나 사시에 합격한 사람도 많다. 고시 패스 1호는 박종준 청와대 경호실 차장이다. 경찰대 2기 출신으로 강 후보자와 동기다. 경찰청 차장까지 지냈다. 박 차장은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경찰에 남았다. 물론 2기의 선두주자는 박 차장이었다. 그는 1기 선두그룹과 함께 달렸다. 사시에 합격해 판사나 검사를 하는 동문도 적지 않다. 혈세로 공부시켰더니 경찰을 떠난다고 비난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찰대 출신들이 요직을 독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강 후보자가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그렇지 않아도 눈총을 많이 받고 있는데 경찰대 출신들만 중용할 경우 반발은 불보듯 뻔하다.
세월호 부실수사로 땅에 떨어진 경찰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이긴 하다. 인사 역시 간과해선 안 된다.
인사가 만사이기 때문이다.

poongyeon@fnnews.com 오풍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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