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투자개방형 병원 규제 완화 △의료법인 자회사의 건강기능식품 개발 허용 △보험사의 해외환자 유치 허용 등을 핵심으로 하는 서비스산업 육성방안 추진 계획을 밝혔는데 이는 당초 정부 계획보다 강도가 세진 것은 물론 광범위한 법 개정을 필요로 해 국회 논의 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당장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당 차원에서 의료영리화 저지 특별위원회를 재가동해 의료 공공성을 지키겠다는 입장으로, 이번 정기국회가 개원되면 의료영리화 논쟁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다음 달 개원하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의료영리화 2라운드 논쟁이 부상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박근혜정부가 고강도의 의료 규제 완화를 위해 국회 주요 상임위원회와 연관된 개정안 또는 시행령 개정은 추진하고 있어 의료영리화 논쟁은 상임위 전방위로 확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됐다.
당정과 야당 간 물러설 수 없는 대격돌이 펼쳐질 곳으로는 우선 보건복지위원회가 꼽힌다.
정부가 추진을 희망하는 의료회사 자회사의 부대사업 범위를 건강기능 식품 및 음료의 연구개발(R&D)까지 확장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 보험사에서 해외환자 유치를 허용하는 국제의료 특별법 제정안 등은 모두 보건복지위원회 소관이다.
특히 의료회사 자회사의 부대사업 범위가 지난 6월 정부가 입법예고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인 △숙박업 △여행업 △수영장 및 체력단련장업에서 '건강기능식품(건기식) 및 음료 R&D'까지 추가한 것을 두고 야당의 반발이 거세다. 정부의 의료규제 완화를 위한 '꼼수'가 도를 지나쳤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의료영리화저지특위 김용익 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건기식을 연구개발한 뒤 대형병원이 이를 팔겠다는 내용도 그렇지만 부대사업 범위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가 살짝 끼워넣은 과정은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에서는 의료회사 자회사 부대사업 범위에 건기식 연구개발이 허용될 경우 길병원·분당차병원·을지병원이 멀티비타민이나 오메가3, 홍삼엑기스와 같은 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일각에서는 환자에게 강매할 여지가 있다며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새정치연합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은 의료법인의 영리 추구와 영리법인 설립 금지 등을 명시한 의료법 개정안으로 정부의 의료법 개정안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의료회사 영리법인 설립 금지와 의료법인이 열거된 부대사업 외 사업을 추진할 수 없도록 하는 개정안은 대표발의한 상태다.
국내 보험회사가 해외 환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국제의료 특별법 또한 야당은 의료영리화 수순으로 보고 복지위 상정을 막을 방침이다. 새정치연합은 보험사가 병원에 환자를 유치해 줄 경우 보험금을 줄이기 위해 병원 측에 '과소진료'를 유도한 위험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국내 보험사가 보유한 영업망을 활용할 경우 더 많은 해외 환자를 유치할 수 있어 의료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투자개방형 병원 규제 완화의 경우 당 차원의 공론화를 통해 위험성을 널리 알리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계 투자개방형 병원에 대한 설립 규제 완화는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등의 개정을 통해 정부 차원에서 손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새정치연합 측에서 여론전에 실패할 경우 손을 쓸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야당은 각종 토론회 개최, 국정감사 지적 등을 통한 '공중전'이나 감사원 감사 청구 등을 고민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특위 위원과 자주 회동하며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면서 "당장 20일에도 토론회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 규제 완화뿐만 아니라 서비스산업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기획재정위에 오랫동안 발이 묶여 있다. 정부와 여당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의료영리화와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여전히 야당의 입장은 단호하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서 의료 분야를 제외하면 논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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