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경찰청 182센터에 따르면 황대식씨(70)는 일곱 살 때인 지난 1951년 집 근처에서 놀다가 기차를 타는 바람에 가족과 헤어졌다. 당시 책보 같은 것을 메고 있었는데 책보 안에 '황대식'이라고 적힌 책이 있어 그 이름대로 살아왔다.
당시 황씨가 기차에서 내린 곳은 대구역이었다. 거기서 만난 어떤 할아버지가 집으로 데리고 오는 바람에 경찰이나 시설 등 어디에도 황씨의 실종 기록이 없다. 이후 황씨는 그 할아버지의 가족으로 60년 넘게 살아왔다.
황씨의 며느리 박소윤씨(33)가 시아버지의 가족을 찾기 위해 수년간 관공서 등 여러 곳을 수소문하고 다녔으나 잃어버린 가족 찾기는 쉽지 않았다. 황씨의 기억에 어머니와 이미 결혼을 한 누나(진식), 군복을 입고 다니던 형(진국)이 있었고 통나무를 운반하는 기차가 지나는 곳에서 살았다는 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사연을 접수한 182센터는 프로파일링 시스템 검색과 보호시설 가족찾기 명단 등을 통해 2700여명을 확보해 황씨 가족의 이름과 대조작업을 벌였으나 일치하는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어 성장 배경, 보호시설 기록, 신체 특징, 목격자 등을 종합적으로 추적.분석한 끝에 가족으로 추정되는 사람을 찾아냈고 지난달 말 유전자검사를 거쳐 가족 관계를 최종 확정했다.
황씨는 63년 만에 누나 둘, 여동생 둘 등 가족과 재회했다. 부모님은 오래전에 돌아가셨고 형도 이미 50여년 전 세상을 떠났다. 여동생 선진씨(64)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전에 '언제 오빠가 돌아올지 모른다'며 밥을 항상 이불 속에 묻어놓고 부뚜막에 놓고 그랬다"며 눈물을 훔쳤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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