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받는 사람 입장에서 금리 하락기에는 변동금리가, 금리 상승기에는 고정금리가 유리하다는 것이 상식이다. 문제는 정부가 금리 하락기에 고정금리 대출 확대정책을 밀어붙여 결과적으로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키웠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고정금리 대출 신상품을 속속 내놓고 고객에게 적극 권유했으며 이로 인해 고정금리 대출을 선택한 사람이 크게 늘었다. 한은에 따르면 전체 가계대출에서 고정금리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말 5.1%에서 지난해 21.3%로 높아졌고, 지난 6월 말에는 25.7%까지 치솟았다.
정부의 고정금리 대출 확대정책은 이명박정부 때인 2011년 6월 '6·29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발표되면서 시행됐다. 정부는 중장기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가계의 이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고정금리 대출을 2016년까지 전체 대출의 30%까지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의 판단과 달리 시중금리는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010년 연 5%에서 지난해 3.86%, 올 6월 말 3.58%까지 떨어졌다.
더욱 어이없는 것은 저금리 기조가 자리를 잡은 올 들어 이 정책이 오히려 강화됐다는 사실이다. 지난 2월 정부는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방안'을 내놓고 2017년까지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40%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때 "고정금리는 금리가 올라 이자 부담이 높아지는 것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하락세의 시장 상황을 조금이라도 고려했는지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 불과 몇 달 뒤 상황도 내다보지 못한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물론 금리가 크게 오르면 고정금리 대출이 '효자' 노릇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여지를 남겨뒀고 세계경제 침체가 계속되고 있어 초저금리 시대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실정이다. 눈물 흘리는 금융소비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시장 상황과 전망을 냉정하게 짚어보고 정책 변화를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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