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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한미재무학회 국제금융컨퍼런스] “재벌화는 일반적인 현상, 긍정적 역할 수행이 중요”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21 17:05

수정 2014.10.23 21:32

랜달 모크 캐나다 앨버타대학 교수
랜달 모크 캐나다 앨버타대학 교수

【 하와이(미국)=예병정 기자】 "한국 경제는 라틴 아메리카와 같이 기업 집단의 지배적 지위를 허용할 것인지, 아니면 재벌 기업 구조를 개선할 것인지를 놓고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기업 집단 관련 세계적인 권위자인 랜달 모크 캐나다 앨버타대학 교수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하와이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열린 '파이낸셜뉴스/한미재무학회 국제금융컨퍼런스(FN/KAFA International Finance Conference)'에서 한국 대표적인 기업 집단인 재벌에 대해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먼저 모크 교수는 한국의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재벌과 같은 기업 집단은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다고 언급했다.

실제 캐나다의 경우 20여년 전까지 브론프맨(Brionfman) 가문과 라이크만(Reichmann) 가문이 사실상 캐나다 경제를 지배했었다. 두 가문이 지배하는 기업이 캐나다 증시의 40%를 차지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 가문은 기업을 확대하기 위해 지나치게 부채를 늘리다가 위기를 겪었고 현재는 기업의 규모와 지위가 축소된 상황이다.

한국의 경제 상황 역시도 과거 캐나다처럼 소수의 기업들에 의해 장악되고 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총수가 있는 자산 상위 10대 그룹의 영업이익은 61조2000억원으로 국내 전체 기업이 올린 영업이익(141조7000억원)의 43.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모크 교수는 재벌이 국가 경제에 막대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무조건 부정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모크 교수는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과 홍콩 리카싱 회장을 보면 각국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경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재벌이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경제구조를 개방적으로 개선하거나 재벌이 사회적으로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게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국의 입장에서는 재벌이 라틴 아메리카의 재벌 기업처럼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정치.사회를 지배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지적했다.

모크 교수는 "한국이 라틴 아메리카와 같은 상황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정책적 선택이 요구된다"며 "1930년대 미국처럼 재벌을 강압적으로 해체시킬 것인지 오랜 시간을 두고 재벌이 사회와 상생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개선하게 만들 것인지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크 교수는 재벌 입장에서도 현재의 구조를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은 선택의 기로에서 재벌이 아닌 전문 경영인을 선택했고 현재는 자선사업을 하고 있다"며 "현재 재벌 기업의 오너들도 기업의 미래를 위해서 방향성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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