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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우 국제회계기준위원회 위원 “회계수준은 국력과 비례..한국 A-”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31 16:58

수정 2014.10.23 09:18

서정우 국제회계기준위원회 위원 사진=김범석기자
서정우 국제회계기준위원회 위원 사진=김범석기자

"뒤늦게나마 금융당국이 회계법인에 재무제표 대리작성을 언급한 것은 무척 잘한 일입니다. 지금 당장은 기업들이 회계 전문인력을 고용해야 하는 등 사회적으로 비용은 더 들 수 있겠지만 오히려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서정우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위원은 8월 29일 서울시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회계수준을 묻는 질문에 "지난 2년 동안 런던 IASB 위원들과 지내면서 평가한 한국의 회계점수는 'A-' 정도"라면서 "회계수준은 국력에 따라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IASB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약 130개국에서 사용하는 국제회계기준(IFRS)을 직접 제정하는 기구다. 지난 2012년 3월 IASB 위원으로 선임된 서 위원은 IFRS 제·개정 작업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IASB 위원은 총 16명으로 IASB 위원을 배출한 국가는 13개국에 불과하다.

지난 2년간의 안부를 묻는 질문에 서 위원은 "첫 해는 유럽 문화에 적응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며 "IASB 위원은 매달 검토하고 의견을 제시해야 하는 페이퍼가 500~1000페이지에 달한다. 영광스러운 자리라는 걸 알지만 IFRS 제·개정 작업이 쉴 틈 없이 진행되는 탓에 한국의 동료 교수들을 부러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가 런던에 첫 발을 내디딘 후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을까. 서 위원은 "한국은 지난 2011년 IFRS를 선제적으로 도입했지만 런던에 가보니 앞에 붙은 'K' 탓에 많은 동료 IASB 위원들이 오해를 하고 있었다"며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붙는 'K-'가 IFRS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데 꼬박 1년여의 시간이 걸렸다"고 전했다.

2년 전 서 위원이 IASB 위원으로 선임되면서 한국 정부와 회계업계는 그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다. 회계기준 탓에 한국 기업들이 받지 않아도 될 불이익을 해소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란 기대였다. 당시 언론에선 "한국에서 세계 13번째 IASB 위원이 탄생했다"며 "회계분야 '국격'이 상승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기대는 실제 회계기준 제·개정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서 위원은 "우리나라가 IFRS를 도입하면서 국내 건설업계가 걱정을 많이 했다. IFRS는 주거용 부동산 수익을 완성 기준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건설사의 계약금과 중도금을 부채로 보기 때문에 재무제표가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며 "하지만 올해 건설사들이 진행기준으로 수익을 인식할 수 있도록 IFRS를 개정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것이 비단 국내 건설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서 위원은 "IASB에서의 제 역할은 IFRS를 도입한 130여개국이 사용하는 회계기준을 만드는 것"이라며 "건설사들이 진행기준 수익을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은 싱가포르 같은 동남아시아나 남미 등에서도 이어졌고 이번 개정으로 이들 국가가 모두 혜택을 누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 위원은 자신을 '가교'라고 정의했다. 그는 "IFRS 제·개정 논의 가운데 한국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다면 한국 금융당국과 기업에 이를 전달해 이들의 의견을 IASB에 타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주요 7개국(G7) 특히 유럽 기업의 경우 하루에도 수십번 런던을 오가면서 IFRS 제·개정에 영향을 미친다. 다행인 것은 우리도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에 쓰던 일반회계기준(K-GAPP)과 달리 '영업이익' 계정이 없어 IFRS 도입 초기 혼란을 겪다 지난 2011년 '재무제표상의 영업이익 의무 표시' 등 한국 입장이 공식 반영된 것도 이 덕분이다. 서 위원은 "IFRS에 영업이익을 기재하는 것에는 한국 금융위원회의 공이 컸다. 금융위가 당장 회계정보 사용자들의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외화 환산 관련 회계기준'을 반영하는 것도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뿐 아니라 남미, 러시아, 인도 등 국가들은 자국 화폐가 기축통화가 아닌 탓에 매년 말 환율 변동에 따라 외화 환산손익이 발생해 재무제표 변동성이 심하다. 때문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회계기준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 위원은 "현재 IASB 14개 주요 사업에 이 안이 포함돼 있다. 결과는 아무도 이야기 할 수 없지만 직접 런던에 와서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국도 거의 고정환율제이고 나머지 G7국가들도 문제가 없으니 답답할 것 없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다행히 한국회계기준원이 작성한 보고서가 IASB에서 10번도 넘게 논의됐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매년 꼴찌 수준으로 발표되는 한국 회계투명성 순위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서 위원은 "IFRS를 선제적으로 도입했다고 한국 회계투명성 순위가 올라갈 것이란 것은 착각"이라며 "앞서 말했듯이 IFRS를 잘 활용하고 감사도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잘못된 회계정보가 시장에 유통된다면 감독도 철저하게 해야한다.
결국 회계에 대한 사회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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