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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공식의 드라마는 가라! ‘운널사’가 남긴 다섯 가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03 16:02

수정 2014.09.03 16:02

뻔한 공식의 드라마는 가라! ‘운널사’가 남긴 다섯 가지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극본 주찬옥 조진국, 연출 이동윤, 이하 운널사)가 호평 속에 마지막 2회를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이 작품이 남긴 것을 짚어봤다.

# '1+1=5?', 드라마 장르의 공식을 깨다

'운널사'는 지금껏 한번도 보지 못한 독특한 설정으로 장르의 다변화를 이뤘다. 멜로면 멜로, 코믹, 스릴러 등 주로 특정 장르에 갇혀있던 우리나라 드라마의 새 장을 열었다.

특히 코믹과 멜로, 때론 스릴러가 접목됐는데 내용에 따라 큰 줄기로 장르가 바뀌는 게 아니라 매회 신 별로, 신 안에서도 대사에 따라 빠른 템포로 장르의 변화가 이뤄졌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예를 들어 건(장혁 분)이 의사를 찾아가 미영(장나라 분)의 존재를 '달팽이'에 비유하는 초반 장면에서는 다크써클이 내려온 건의 모습 자체로 코믹함을 주다가 이내 두려워하는 건의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어깨에 올라온 달팽이가 CG처리돼 스물 스물 기어올라오는 모습으로 장르를 넘나들었다.

드라마의 뻔한 공식을 깨는 이런 전개는 다음 장면을 예측할 수 없게 하며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했다.

# 장혁-장나라의 '환상케미', 배우의 재발견

'운널사'의 이런 코믹한 설정이 유치하게 느껴지지 않고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것은 배우들의 연기력이 아니었다면 완성될 수 없었다.

장혁과 장나라의 연기력은 '운널사'로 재 입증됐다. 특히 장혁은 재발견이라고 할 정도로 이건 역할에 딱 맞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997년 모델로 데뷔한 장혁은 '학교' 등의 드라마에서 주로 반항적인 이미지로 사랑 받았고, '추노' 등에서 남성미를 과시했다. '고맙습니다'처럼 아픔을 지닌 인물 등 다양한 연기를 소화했지만, 코믹한 이미지는 연상되지 않았다. '운널사'에서는 완벽한 코믹연기로 "왜 이제야 코믹연기를 선보이느냐"는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이건은 단순한 코믹한 인물이 아니라 복합적인 인물이라 연기가 어렵다. 때론 허당의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미영과의 이별이나 개똥이를 생각하는 슬픔 등에서는 여느 멜로 드라마에서처럼 처절한 아픔을 표현해야 했다.

장혁은 한 장면 안에서도 빠르게 오가는 다양한 변화를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표현하며 드라마를 풍부하게 만들었고, 이건이라는 인물 자체를 하나의 캐릭터로 만들었다.

장나라 또한 건재함을 과시했다. 한없이 착하지만 절대 민폐녀가 아닌 감싸주고 싶은 천상여자의 모습은 장나라 외에는 누구도 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줬다.

12년 만에 다시 만난 장혁과 장나라의 케미 또한 최고였다.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면서 주인공의 달달모드를 손꼽아 기다리게 하는 이례적인 현상을 낳았다.

# 원작 능가하는 리메이크, '역수출' 신화를 이룩하다

대만 드라마 '명중주정아애니'를 리메이크한 '운널사'는 이미 내용이 공개된 것과 다름없었다. 남녀가 우연히 하룻밤을 보낸 뒤 임신으로 어쩔 수 없이 결혼했고, 이후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된다는 전체 줄거리도 익숙한 내용이다. 하지만 '운널사'는 이런 예상을 깨는 전개와 재치 있는 장치들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건과 미영이 마카오의 호텔에서의 우연한 하룻밤을 떡방아 찧는 장면으로 처리하고, 달팽이 CG 등으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과시했다. 장혁의 가수시절의 화면을 노래방에서 보여주는 식의 장혁과 장나라의 실제 이야기를 드라마에 접목하고, 다양한 효과음과 상황에 맞는 BGM으로 '신들린 BGM 연출'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웃게 만들며 새로운 리메이크 드라마를 탄생시켰다.

이는 드라마의 역수출로 이어져 중국 동영상 사이트 전송권이 회당 약 12만 달러(한화 1억2천만 원)에 판매되며 화제를 낳기도 했다.

# 이모티콘-광고완판, 시청률-화제성 모두 잡았다

'운널사'는 미디어가 다양해진 요즘 시대에 드라마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스마트 폰, 다시 보기, IPTV 등 드라마를 다양한 방식으로 보고 또 잇단 패러디 등으로 즐기고 참여하는 요즘 시청자들에게 기호에 딱 맞는 드라마였다.

방송이 끝날 때마다 댓글이 줄을 이었고 각 커뮤니티 게시판마다 '운널사'로 몸살을 앓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이건이 웃는 모습을 패러디한 컴퓨터 바탕화면이 쏟아졌고, 드라마 캐릭터로는 이례적으로 정식 이모티콘이 등장했다.

시청률 20~30%대의 드라마도 하지 못한 본방 광고는 물론 재방송 광고가 완판되는 이례적인 기록도 낳았다. 예능 프로그램처럼 유행어도 탄생시켰다. 이건의 웃음소리 "움하하하"와 건이 미영을 부르는 별명 '달팽이'는 방영 내내 시청자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 무공해 '힐링 드라마'의 탄생

'운널사'가 화제를 모을 수 있었던 것은 그저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비타민 같은 힐링 효과 때문이다. '운널사'는 얼굴을 찌푸리거나, 억지 상황에 인상이 써지는 장면이 없었다. 보는 내내 웃음과 따뜻한 감동을 유발하며 시청자들을 웃고 울렸다.

누구보다 순수한 미영과 거칠어 보여도 알고 보면 속이 따뜻했던 남자 건의 캐릭터, 그리고 둘의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했던 달달한 사랑은 보는 내내 미소 짓게 했다.

건을 사랑했던 세라(왕지원 분)나 미영을 사랑했던 다니엘(최진혁 분) 등 자칫 악역으로 갈 수도 있었던 캐릭터들도 건과 미영의 사랑 앞에 그들을 응원하는 역할을 하는 등 드라마에 등장하는 누구 하나 악인이 없었다.

요즘처럼 이기적이고, 나만을 생각하는 사회에서 '운널사'의 모든 등장인물의 따뜻한 마음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정화시켜줬다.

이처럼 시청자들에게 운명처럼 다가와 운명 같은 행복을 준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마지막 2회 만을 남겨두고 있다.

3일(오늘) 오후 10시 19회가 방송된다.


/fn스타 조정원 기자 news@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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