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타는 삼성전자
11일 관련 업계와 증권가는 삼성전자 3·4분기 실적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 일색이다. 실적개선을 이끌 만한 뚜렷한 동력이 보이지 않아서다. 특히 스마트폰 최대 시장 중국에서 저가폰 공세가 만만치 않은 데다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가 4·4분기에 몰려 3·4분기 실적전망은 한마디로 '잿빛'이다. 일부 증권사는 삼성전자 3·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5조420억원으로 잡을 정도다. 2·4분기 영업이익 7조1900억원보다 무려 29.8% 줄어든 수치다.
에프앤가이드가 최근 한달간 증권사들이 추정한 삼성전자 3·4분기 실적을 집계한 수치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잘 드러난다. 평균 추정치는 매출 51조6397억원, 영업이익 6조4081억원이다. 증권사들이 6월 말 이후 약 3개월간 추정한 매출 52조3095억원, 영업이익 6조8498억원보다 더 낮다. 특히 영업이익 전망치는 두달 새 4417억원(6.4%) 쪼그라들었다. 그만큼 삼성전자에 대한 실적 기대치가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반전카드로 거론되는 곳은 반도체다. 반도체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1·4분기 12%에서 2·4분기 20%대로 올라선 이후 꾸준히 상승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4·4분기 실적전망은 대체적으로 장밋빛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3·4분기보다는 4·4분기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하는 데다 야심차게 준비한 '갤럭시 노트4'와 '갤럭시노트엣지'가 다음 달 이후 전 세계에 출시될 예정이어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신제품 스마트폰 갤럭시알파가 출시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아 3·4분기보다 4·4분기 실적에 미칠 영향이 크다. 갤럭시노트 등 신제품 스마트폰도 전 세계 사업자에 공급돼 본격적으로 판매되려면 다음 달 이후가 될 것"이라며 "반도체 부문은 아이폰6 등 글로벌 기업들의 스마트폰 출시효과로 실적호조세가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그룹 비상경영체제 장기화?
삼성전자는 삼성그룹 전체 수익을 좌지우지하는 핵심업체다. 그리고 삼성전자의 수익구조상 스마트폰의 비중은 절대적이었다. 스마트폰 사업이 안정적인 성장궤도에 재진입하거나 반도체 등 다른 사업부문이 고성장해 스마트폰사업 의존도를 크게 낮추지 않는 한 그룹 전반에 깔린 위기감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실적이 4·4분기에 개선되더라도 지속성을 확인하려면 적어도 내년 상반기 사업성을 봐야 하기 때문에 그룹 비상경영체제도 올해를 넘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등 계열사들의 긴축경영도 고삐를 더 죌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전자는 노선별 출장 전담 항공사를 지정해 항공비용 절감에 나섰고, 비즈니스석 출장을 사실상 모두 없앴다. 숙박비와 출장수당을 합쳐 출장비용이 약 20% 삭감됐다. 관계사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 예로 실적 악화로 그룹의 경영진단을 받고 있는 삼성중공업은 비행시간 6시간 이내 해외출장을 이코노미석으로 제한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 3·4분기 실적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긴장수위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독일 국제가전박람회(IFA)에 매년 참가하던 관계사의 일부부서 직원들이 출장길에 오르지 못했다. 비용절감을 위해 그룹에서 제동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삼성의 고강도 긴축은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달 말 LG그룹의 정보기술(IT)계열사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 노선별 출장전담 항공사 지정과 관련해 "비용절감효과가 검증되면 시행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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