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타짜-신의 손’의 도박죄와 사기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16 07:35

수정 2014.09.16 07:35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타짜-신의 손’의 도박죄와 사기죄

영화 ‘타짜-신의 손’은 전작인 ‘타짜’와 연결해 전작의 주인공 고니(조승우 분)의 조카 함대길(최승현 분) 성장사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갑니다. 이 작품은 숨 막히는 고도의 신경전과 심리전을 바탕으로 모략과 배신을 주고받는 타짜들의 이야기를 그린 오락영화입니다.

인간의 욕망을 화투라는 도박을 통해서 풀어가는 ‘타짜-신의 손’에는 화투로 도박하는 장면이 많이 등장합니다. 이러한 영화 속 장면이 모두 도박죄에 해당할까요? 도박죄 외에도 도박과 관련해 어떠한 범죄들이 성립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겠습니다.

도박은 당사자가 서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걸고 우연한 승부에 의해서 걸어 둔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득실을 결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서 ‘우연’이란 주관적으로 ‘당사자에 있어서 확실히 예견 또는 자유로이 지배할 수 없는 사실에 관하여 승패를 결정하는 것’을 말하고, 객관적으로 불확실할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타짜-신의 손’의 도박죄와 사기죄

도박을 하더라도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도박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일시오락 정도 여부는 도박의 시간과 장소, 도박에 건 재물의 가액, 도박에 가담한 사람들의 사회적 지위나 재산의 정도, 도박으로 인한 이득의 용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해 판단합니다.

예를 들면, 제반 사정에 비추어 1회에 1,000원 내지 4,000원 정도를 걸고 30여 회에 걸쳐 속칭 ‘훌라’라는 도박을 한 경우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으나, 각자 핸디캡을 정하고 홀마다 내기 골프를 하는 경우는 도박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영리의 목적으로 도박을 개장하면 도박개장 죄가 성립합니다. 도박개장이란 스스로 도박의 주재자가 돼 그 지배하에 도박의 장소를 개설하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도박의 주재자가 되지 않고 단순히 도박 장소를 제공함에 그친 경우에는 도박죄의 방조범이 성립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료낚시터를 운영하는 사람이 입장료 명목으로 요금을 받은 후 물고기에 부착된 시상번호에 따라 경품을 지급한 경우나, 인터넷 고스톱게임 사이트를 유료화하는 과정에서 사이트를 홍보하기 위해 고스톱대회를 개최하면서 참가자들로부터 참가비를 받고 입상자들에게 상금을 지급한 경우는 도박개장 죄가 성립할 것입니다.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타짜-신의 손’의 도박죄와 사기죄

작품 속 화투치는 대부분의 장면에서 도박죄가 성립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작품 속 표현을 빌려서 말하자면 ‘실화’로 화투를 치면 도박죄가 성립하지만, ‘구라’로 화투를 치면 도박죄가 아닌 사기죄가 성립합니다.

또한, 사기도박을 숨기기 위하여 얼마간 정상적인 도박을 했더라도 이는 사기죄의 실행행위에 포함되는 것이어서, 피해자들에 대한 사기죄만이 성립하고 도박죄는 따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작품 속에서 ‘실화’로 화투를 치는 대부분의 장면이 ‘구라’로 가기 위한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 도박죄가 아닌 사기죄가 성립할 것입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기술을 부리는 것보다는 상대방의 기술을 잡아내는데 관심이 있는 아귀(김윤식 분)가 전작 ‘타짜’에서와 동일한 실수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에서 가장 큰 덫은 자기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변하기 위해서는 나이에 비례해서 커져가는 삶의 관성을 깨뜨려야 함에도, 시간 속에서 강해져만 가는 삶의 관성을 극복하고 변화를 도모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화투판에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원수도 없다’라는 작품 속 대사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화투판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하지만 우주의 시간 속에서 보면 찰라지간인 우리들 삶에서, 영원한 친구는 있으나 영원한 원수는 없는 세상이 됐으면 합니다.

자문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fn스타 조정원 기자 chojw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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