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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홍도 주민 구조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01 16:52

수정 2014.10.01 16:52

[fn스트리트] 홍도 주민 구조대

27년 된 낡은 배, 높은 파도와 암초, 현지 사정에 어두운 선장의 무리한 운항, 뒤늦게 도착한 해경…. 지난달 30일 전남 신안 흑산면 홍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유람선 바캉스호 좌초 사고는 세월호 참사의 판박이가 될 뻔했다. 다른 점은 한 명의 인명피해도 없이 사고 발생 25분 만에 승객·선원 110명 전원이 무사히 구조됐다는 사실이다. 영화 속 경찰특공대보다 더 일사불란하게 구조 작전을 펼쳐 대형 참사를 막아낸 주인공은 홍도 주민이었다.

구조 과정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좌초 사고가 발생한 것은 당일 오전 9시5분쯤. 외지 출신인 바캉스호 선장이 암초 있는 곳을 모르고 접근한 탓이었다.
바캉스호 근처를 운항하던 유람선 썬플라워호 김준호 선장은 발견하자마자 급하게 무전기로 인근 선박에 이 사실을 알리고 구조에 나섰다. 이어 사고 지점 500m 북쪽 해상을 운항하던 유람선 파라다이스호가 홍도파출소와 홍도항의 유람선 사무실로 SOS를 요청했다.

9시14분 홍도 선착장에 사고를 알리는 비상 사이렌이 울렸고 곧바로 집결한 주민들은 10여대 쾌속어선과 정박 중이던 유람선 3척에 나눠타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110명이 썬플라워호와 어선에 무사히 옮겨탄 것은 오전 9시30분. 신고받은 해경 함정이 도착한 것은 구조가 마무리된 지 한참 지난 9시46분이었다. 민간인들이 어떻게 이런 놀라운 기동력을 보일 수 있었을까.

홍도 주민들은 해난사고 비상매뉴얼을 만들어놓고 30년째 매년 다섯 차례 정도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1985년 홍도에서 유람선 신안호가 침몰해 18명이 사망·실종하는 사고가 있었다. 그럼에도 홍도는 외딴섬이라 해경이 구조인력을 상시배치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주민들은 안전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에 매뉴얼을 실천하는 것이다. 김근영 홍도리 이장은 "관광으로 먹고사는 홍도에서 유람선 침몰사고가 나고 인명 피해가 생기면 주민 생계가 막막해진다. 우리가 5분 출동에 집착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홍도 주민들은 소중한 인명을 구해내고도 뿌듯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사고 소식이 전해진 이후 홍도 관광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현재까지 홍도를 찾은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이상 줄었다. 행락철인 10월을 맞아 겨우 만회하나 싶었는데 또다시 사고가 터진 것이다.
"보다시피 안전 문제는 철저히 챙기고 있으니 걱정 말고 홍도를 찾아달라"는 주민들의 호소가 안타깝다.

ljhoon@fnnews.com 이재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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