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과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달러 자금의 급격한 유출을 막기 위해 올해 안에 '거시건전성 3종세트'(3종세트)를 확실하게 손볼 계획이다.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주말 미국을 방문했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에서 비롯한 '거시건전성 3종세트 보완'을 위한 실무 준비에 착수한 것이다.
이와 함께 은행 등 금융기관에 대한 외화유동성 규제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선물환 포지션 규제,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한 과세, 거시건전성 부담금 등 소위 3종세트와 함께 현재 금융감독원에서 관리하고 있는 은행들의 외화유동성비율 등이 외화 자본 유출에 대비한 주요 점검항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장 자본유출입이나 외화유동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외화)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대외건전성 제고와 관련한 여러 제도를 검토해보겠다는 것"이라면서 "지난해 엔저가 불거질 당시에도 3종세트 보완 논의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연내에 확실히 손을 봐 내년 이후의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비하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달러의 급격한 유출입에 따른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막기 위한 장치인 3종세트는 현재 달러가 과도하게 국내로 유입되거나 금융기관의 단기차입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겨울에 여름옷을 입고 있는 격'이 3종세트에도 고스란히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3종세트에 포함된 '선물환 포지션 규제'의 경우 국내은행은 자기자본의 30% 이하, 외국은행들의 국내지점에 대해선 150%로 각각 제한하고 있다. 이는 당초 50%(국내은행), 250%(외은지점)에서 각각 축소된 것으로 비율이 높아질수록 해당 금융기관들의 외화 단기차입 여력은 늘어난다.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역시 2008년 금융위기 직후 비과세이던 것을 2011년 초부터 현재까지 외국인에 대해서도 국내투자자와 같이 이자소득세(14%), 거래소득세(20%)를 물도록 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채권투자 기대수익률을 낮춰 국채·통화안정채권에 대한 투자, 즉 달러 유입을 제한한 조치다. 결과적으로 최 부총리의 '3종세트 보완'은 달러 유출이 예고되고 있는 현 시점에선 추가 유입이 수월할 수 있도록 제도를 완화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외화유동성비율(3개월 기준)도 8월 말 현재 국내 은행은 110.1%다. 이는 금융감독원 지도기준인 85%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외화유동성비율이 높다는 것은 단기에 상환해야 하는 부채에 대한 변제능력이 우수하다는 의미다. 비율이 여유가 있는 만큼 이 역시 완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성욱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달러가 급격히 빠져나가는 등의 상황을 사전에 예측하긴 어렵다. 다만 정책당국자 입장에선 지금까지와 다르게 봐야 할 부분이 있고 이런 차원에서 (3종세트 등) 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은 (시장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달러가 급격히 유출될 것이란 일부 우려에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가진 한국 경제 설명회에서 "미국이 금리를 조기에 인상하면 신흥국으로부터 자본이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신흥국의 경제 상황이나 체질에 따라 다를 것"이라면서 "하지만 한국은 (미국이) 조기에 금리를 인상해도 급격한 자본유출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자본이동 역시 제한적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bada@fnnews.com 김승호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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