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0억대 도박사이트 '전국 조폭연합' 덜미

전국 조직폭력배들이 연합해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일명 '신탑'으로 불리는 불법 도박사이트를 국내에 개설.운영한 혐의(도박장소 개설)로 부천식구파 김모씨(33) 등 4명을 구속하고 회원을 모아 상습 도박한 혐의(상습도박 등)로 박모씨(36) 등 총판 62명을 불구속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사이트 운영진에는 구속된 김씨를 비롯해 부천식구파, 포항시내파, 충장OB파, 청하위생파, 수원남문파 등 5개 지역 폭력조직원 11명이 가담했다. 이들은 지난 2012년 6월 초부터 올해 5월 말까지 2400억원 규모의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도박금액의 10%를 수수료로 받아 최소 240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본사와 서버를 필리핀에 뒀고 부본사를 서울 강남 등 주택가에 마련, 국내 사이트 총관리 업무를 맡겼다.

또 전국에 회원을 모집하는 총판을 점조직 형태로 두고 게임머니 충.환전을 담당하는 콜센터를 필리핀.중국.한국에서 운영해 왔다.

일반 도박사이트는 베팅할 때마다 수수료를 떼지만 이 사이트는 베팅 횟수와 상관없이 이른바 환전으로 불리는 게임머니 충전 시에만 수수료를 내도록 해 사용자에게 인기가 높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회원 모집은 본사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스팸 메시지를 통해 광고를 하거나 총판들이 지인에게 추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운영진은 회원에게서 받은 베팅 수수료 10%를 본사와 총판, 매장으로 이어지는 하위조직에 골고루 나눠 1주일에 한 번씩 배당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수시로 사이트 이름과 도메인(인터넷 주소)을 바꿨고 기존 회원 추천을 통해서만 신규 회원을 모집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지역 유흥업소나 오락실 등을 근거로 활동하던 조폭들이 최근 경기불황과 경찰 단속으로 조직이 와해되자 실리에 따라 조직 간 이합집산이 쉽고 시장이 큰 온라인으로 활동무대를 옮기는 추세"라고 말했다.

[e-mail] 윤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