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로봇프런티어, 대한민국] (3) 입는 로봇, 당신을 슈퍼맨으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19 17:42

수정 2014.10.19 17:42

[로봇프런티어, 대한민국] (3) 입는 로봇, 당신을 슈퍼맨으로

미국 웨어러블 로봇 제작 전문회사인 엑소 바이오닉스는 현재는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사에 소속돼 있다. 2012년부터 하반신 마비환자의 재활치료용 외골격 장치를 시판 중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헐크의 경우 병사들이 200파운드(약 91kg)에 달하는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지난 6월 열린 브라질 월드컵 개막전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로봇발 시축'이었다.

하반신이 마비된 청년이 '생각'만으로 로봇발을 움직여서 공을 차는 모습을 바라본 전 세계 10억명의 관중은 로봇이 우리 삶에 한층 더 가까워졌음을 실감했을 것이다.


당시 로봇슈트는 특정 동작을 취할 때 나오는 전기신호를 감지하고, 이를 해석해 다리에 명령을 내리는 컴퓨터를 통해 공을 차도록 도왔다. 또 로봇발 바닥에 압력과 온도 등을 감지하는 센서가 달려있어 진동 형태로 신호를 보내 지면을 밟을 때 촉감을 느낄 수 있다.

웨어러블(착용식) 로봇은 로봇슈트 혹은 외골격로봇 등으로 불린다. 이름은 여러 개여도 목표는 하나다. 인간의 육체적.물리적 한계를 보완해 신체능력을 강화할 뿐 아니라 사라진 운동능력도 되찾아 주는 것이다.

이에 세계는 군사용·의료용·산업용 웨어러블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2025년까지 웨어러블 및 재활 로봇시장이 6000억달러에서 최대 2조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웨어러블 로봇 원조는 누구?

웨어러블 로봇 분야에서 가장 앞선 국가는 미국이다. 1994년 UC버클리 대학이 군사용 '블릭스(BLEEX)'를 개발한 것이 최초다. 하체에 착용하는 블릭스는 80㎏의 짐을 짊어져도 인체에 2㎏만 부담이 가도록 개발돼 무거운 짐을 운반할 수 있도록 돕는 로봇이다.

이후 미국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이 이 기술을 이용해 2009년 '헐크(HULC)'를 선보였다. 헐크는 배낭 형태로, 펼치면 다리와 신발(발판)이 달린 웨어러블 로봇으로 변한다. 병사들이 70㎏의 군장을 메고 최고 시속 16㎞로 기동이 가능하나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다.

환자의 근력을 증강시켜주는 외골격로봇으로는 일본 사이버다인의 '할', 이스라엘의 '리웍' 등이 있으며 국내에서는 2008년 한양대 한창수 교수가 장애인과 노인을 위한 외골격로봇을 개발한 바 있다. 한 교수는 현재 헥사시스템즈 대표로 국방과 산업, 의료, 실버, 재난구조, 건설 등 6가지 분야에 적용 가능한 웨어러블 로봇인 '헥사'(HEXAR)를 만들어 상업화에 성공했다.

하반신마비 환자용으로 개발된 로봇으로는 미국의 '이레그스', 이스라엘의 '리웍' 등이 있으며 뇌파 대신 어깨의 무게중심 변화를 측정해 로봇을 움직이기 때문에 복잡한 동작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

■후발주자 한국 어디까지 왔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은 2010년부터 2년간 군사용 로봇 하이퍼 2종을 개발한 바 있다. 정밀한 압력센서를 통해 얻은 인간 생체신호를 바탕으로 주요 관절 등에 액추에이터를 장착해 근력을 보조하거나 증강시키기 때문에 군인들은 최대 120㎏의 짐을 지고도 9시간 동안 보행이 가능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바이오닉스연구단은 하반신바미 환자의 보행재활을 돕는 웨어러블 로봇인 '코워크'를 개발 중이다. 뇌졸중 환자가 타깃으로, 이를 위해 연구단은 서울아산병원과 실제 환자 적용을 위한 공동연구를 시작할 예정이다.

학계뿐 아니라 산업계도 제조현장에 적용할 웨어러블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4월 로봇 개발에 성공했다. 작업자가 로봇을 착용하면 최대 30㎏의 물체를 들어올리더라도 인체에 실제 부담되는 총 중량은 5㎏가량이다. 회사 측은 무거운 물건을 운반하거나 설치하는 작업이 많은 조선소 현장에 도입,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방위사업체 현대로템은 2010년부터 웨어러블 로봇 개발에 착수했으며 이르면 2016년까지 신체 일부분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로봇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비싼 게 걸림돌

이런 상황에도 로봇이 여전히 멀게 느껴지는 데는 비싼 가격이 한몫한다.

현재 유럽 등의 일부 기업이 판매하는 웨어러블 재활로봇 가격은 약 5만달러(약 5300만원)에서 시작해 10만달러(약 1억600만원)에 이른다. 스위스 기업 호코마가 만든 '로코맷'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보행지원용 웨어러블 로봇으로, 대당 6억원이라는 엄청난 가격을 자랑한다.

얼마 전 일본의 보급형 착용로봇 등장은 국내외 로봇시장의 현황을 잘 드러낸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5월 일본의 대학에서 개발된 '머슬슈트'는 약 300만~800만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탓에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개발자인 도쿄이과대학 기계공학과 고바야시 히로시 교수는 머슬슈트 시연회장에서 "그동안 완전한 사람 형태의 로봇이 대기업 등에서 여러 차례 개발됐지만 가격이 비싸 현장에서 도입하기는 어려웠다"며 "가격을 얼마나 낮추느냐가 간호로봇 시장 성장의 최대 관건"이라고 전했다.

간호로봇이란 노약자의 용변이나 식사, 보행, 옮겨타기 등을 도와주는 일체의 기계를 말한다.


산업기술평가원 박현섭 프로그램디렉터도 "간호·실버로봇 분야에서 진전을 보이는 일본에서도 대당 수천만원에 이르는 가격은 좀처럼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물"이라고 설명했다.

bbrex@fnnews.com 김혜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