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fnart와 함께하는 그림산책] 시간과의 싸움..프레스코화의 진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23 17:24

수정 2014.10.24 10:34

오원배 'Untitled'(11월 19일까지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
오원배 'Untitled'(11월 19일까지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

다양한 형태의 지붕과 굴뚝이 정사각형의 그림판 위를 환하게 수놓고 있다. 동국대 미대 교수인 오원배 화백(61)이 1980년대 초 프랑스 유학시절 파리 몽마르트 언덕 호텔방 창문을 통해 본 풍경이다. 파리에 처음 도착해서 본 그 풍경은 작가의 머릿속에 각인됐고, 한번 각인된 이미지는 오랜 기간 그를 지배하며 창작의 원동력이 됐다.

인간에 대한 실존적 고민을 다소 어둡게 그려왔던 오원배 작가가 30여년 전 자신의 머릿속에 각인됐던 이미지를 30여점의 작품으로 풀어냈다. 오는 11월 19일까지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열리는 '순간의 영속:그리기의 위대한 노역'전이다.


조금은 거칠고 투박한 화면 위에 파스텔로 그린 듯한 미묘한 느낌의 이 작품들은 프레스코화다. 프레스코화란 회반죽에 모래를 섞은 모르타르를 벽면에 바르고 수분이 있는 동안 채색해 완성하는 그림으로, 16세기 초 미켈란젤로가 그린 천장화 '천지창조'가 대표적이다. 오 작가는 30여년 전 프랑스 유학시절 파리국립미술학교에서 정통 프레스코 기법을 처음 배웠고 그후 여러차례 파리에 체류하며 이 기법을 연마, 발전시켰다.


오 작가는 "흔히 벽화를 프레스코라고 생각하지만 프레스코는 벽화의 일종일 뿐 모든 벽화가 프레스코인 것은 아니다. 물에 젖은 석회가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결합해 탄산칼슘으로 화학적으로 변하는데 이 화학 작용을 이용해 그려야 제대로 된 정통 프레스코화"라면서 "석회가 마를 때까지 보통 20시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그 시간 동안 자리를 뜨지도 못한채 꼬박 작업에 매달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작가가 이번 전시의 타이틀을 '순간의 영속:그리기의 위대한 노역'이라고 단 이유를 알만하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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