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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프런티어, 대한민국] (4) 가사도우미에 건강돌보미까지 '고령화시대 신효자' 로봇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26 16:53

수정 2014.10.26 16:53

노인 치매 예방 교육에 활용되고 있는 로보케어의 '실벗'
노인 치매 예방 교육에 활용되고 있는 로보케어의 '실벗'

#. 70대 백발 노인 프랭크는 은퇴한 금고털이범이다. 외롭다 못해 따분한 전원생활이었지만 이마저도 조금씩 심해지는 치매증상으로 위태롭다. 이를 보다못한 아들 헌터는 도우미 로봇 VGC-60L을 선물한다. 하루 종일 졸졸 따라다니며 건강에 좋은 음식을 챙겨먹으라고 잔소리를 해대는 로봇이 마땅치않은 프랭크는 노예, 우주괴물이라는 온갖 독설을 쏟아냈다. 그러나 노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건강관리가 실패하면 자기는 폐기 처분될 것이라고 감정에 호소하는 영리한 로봇에 친밀감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로봇에게 상당한 금고털이 실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로봇을 설득해 금고털이범 인생의 마지막 한탕을 계획한다.

영화 '로봇 앤 프랭크'의 로봇 'VGC-60L'은 밭을 일구고, 집안 청소를 척척 해낼 뿐 아니라, 매끼 유기농 건강음식도 한상 차려내는 기특한 녀석이다.

신기술로 대표되는 로봇과 이를 극도로 거부하는 아날로그 대표 프랭크. 영화에서 묘사된 로봇과 프랭크가 겪는 일상들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에 서있는 21세기 현대인들에게 피부에 와닿을 만큼 현실감 있는 미래를 그려내고 있다. 일본의 휴머노이드 아시모를 연상시킬 만큼 로봇의 친근한 외모도 한몫한다.

■노인이 될 우리에게 필요한 로봇들

영화에서 프랭크는 상한 우유에 시리얼을 말아먹거나, 언제 세탁했는지도 모를 꼬질꼬질한 잠옷을 입고 지낸다. 일주일에 한 번씩 아픈 아버지를 방문하는 아들 헌터는 10시간 떨어져 사는 아버지 때문에 아이들과 지낼 시간이 부족하다고 투덜댄다.

선진국은 물론 우리나라도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프랑스·독일·영국·이탈리아 등은 고령화 사회 진입 후 초고령화 되기까지 80~150년, 일본은 36년이 걸렸다. 중국은 35년 예상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26년 만에 진입이 예상된다.

일본 후생노동성에따르면 일본의 65세 이상 노인은 지난 3월 말 기준 3094만명으로 3000만명을 돌파했다. 이 중 도움을 필요로 하는 65세 이상 간병 환자수는 546만명. 특히 34만4000명은 스스로 식사나 용변처리가 힘들어 간병서비스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노인이다. 이들을 위한 일본 내 간병시설은 작년 말 기준 약 1만2000곳, 종사자는 150만명이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2025년에는 간병분야 종사자가 250만명가량 필요할 것으로 일본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일의 강도에 비해 보수가 낮아 간병인력은 만성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간호 로봇이 적극 도입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야노경제연구소는 간호로봇시장 규모가 올해 7억800만엔에서 2020년께에는 349억엔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로봇연맹(IFR)이 발표한 월드로보틱스 2014에 따르면 올해부터 2017년까지 오락과 레저용 로봇시장에서 총 750만개 제품, 45억달러(약 4조7600억원) 규모 시장이 예상된다. 이 분야에 속한 신체장애나 노인을 돕기 위한 로봇은 1만2400개가 팔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향후 20년 내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로봇은 친구"

지난 2009년 미국에서 출시된 '파로'는 이미 유럽과 아시아에 소개됐고, 일본에서는 가장 인기가 높은 로봇 중 하나다. 파로에 대한 임상실험 결과, 덴마크와 일본 등의 치매 노인들에게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주고, 유대감도 느끼게 해줬다. 애완동물의 애교를 즐기는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리지만 동물의 대소변을 치우는 등의 가사노동 부담은 없는 셈이다.

이탈리아에 살고 있는 94세 작가 레아는 영화보다 더 영화처럼 로봇과 동거 중이다.

로봇 '미스터 로빈' 덕분에 멀리있는 손녀와 화상통화를 하면서 즐겁게 보낸 일상을 블로그에 게재하면서 작가로서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것. 이 모든 것은 유럽연합(EU)이 300만유로(약 40억원)를 투자해 개발된 지라프 플러스 시스템에 참가하면서 시작됐다.

지라프 플러스는 스웨덴 오레브로 대학이 주도하는 노인을 위한 가정 내 모니터링과 경보 시스템이다. 원격으로 작동할 수 있는 지라프 플러스는 인터넷 전화 '스카이프'와 유사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케어기버(요양보호사)나 의료진이 어르신을 직접 방문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케어기버가 이 시스템에 접속하면 쉽게 어르신의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고,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센서 네트워크를 통해 어르신의 혈압, 체온, 미세한 동작과 수면 패턴까지 확인할 수 있으며, 습득한 정보를 웹 상의 시스템에 저장하여 추후 병원 방문 시 활용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센서는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 패턴 또한 감지하게 되는데, 예를 들어 어르신이 갑자기 넘어지게 되면 비상연락망과 전문 의료진에게 경보 알람을 보내게 된다.

연구진은 지라프플러스를 시중에 소개하기에 앞서 연말까지 스웨덴, 이탈리아, 스페인의 15개 지역 가정에서 성능 테스트를 마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시장창출형 로봇보급사업을 진행하면서 노인 요양 로봇 분야에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로봇 제조업체 이디가 뉴질랜드 실버타운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을 보급한 바 있다. 로봇 찰리, 아이로비 등 총 63대를 수출하면서, 10억여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로보케어는 핀란드, 덴마크 노인요양소에 치매예방로봇을 보급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체험관 등에 납품해 10억7000만원이라는 매출성과도 냈다.


전문가들은 서비스 로봇 시장에서 엔터테인먼트나 치매예방과 같은 교육용 로봇이 가장 현실적인 분야라고 입을 모은다. bbrex@fnnews.com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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